[사설] 대통령에 대한 直言 약속, 실행이 중요하다

입력 2015-01-27 02:50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가 추락하는 이유는 크게 소통 부족과 인사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소통 부족은 일차적으로 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권 내 주요 인사들의 잘못 또한 작지 않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대통령의 잘잘못에 대해 적시에 직언을 해야 함에도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여권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좋은 징조다. 지난 23일 새 국무총리에 지명된 이완구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25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정치력을 갖춘 중진 국회의원이기에 이런 발언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소통에는 상당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평가가 좋은 이유다. 하지만 총리로 임명된 후 박 대통령한테 얼마나 직언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야당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원만했지만 대통령에게 고언(苦言)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해 박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면담 자리에서 권위주의 시절 통용됐던 ‘각하’ 호칭을 연발했다는 사실은 그의 ‘직언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 의원 역시 최근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대통령한테 얼마나 ‘옳은 소리’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때 1위 다툼을 했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도 입만 열면 “대통령께 할 말은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옳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총리나 집권당 지도부에 오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 후보자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향후 ‘실행’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직언이 가능하려면 대통령 스스로 그것을 경청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귀를 닫아버리면 달리 방법이 없다. 다행히 박 대통령은 올 들어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별도의 티타임을 갖는가 하면, 주요 정책에 대한 토론 과정을 공개할 의사를 밝혔다. 소통에 대한 인식 변화였으면 다행이겠다.

더 중요한 것은 여권 지도부를 포함한 다양한 인사들과의 만남을 활발히 하는 것이다. 국무총리 및 여당 대표와의 주례회동 정례화는 시급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 책임자를 불러 수시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활성화해야 한다. 독대(獨對)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직을 걸고 바른 소리를 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대통령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