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미세먼지와 차량부제

입력 2015-01-27 02:10

1월 기온이 예년보다 더 높은 날들이 지속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일부 대도시에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진(三寒四塵), 또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앞으로는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올림픽 기간이 아닌데도 차량 부제 운행이 실시되는 날이 올 전망이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올해 업무보고에 따르면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주의보 수준으로 치솟으면 시민들은 해당 조례에 따라 차량 부제 운행에 참여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물청소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도권 3개 시·도는 유명무실한 ‘공해차량 운행제한제도’를 대폭 강화해 2006년 이전 제작된 2.5t 이상 경유차에 대해 도심지역 진입을 제한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2013년 국내 폐암 사망자는 1만7177명이었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식으로 추산할 때 현재의 오염 수준에서 이들 폐암 사망자의 21%는 미세먼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으로만 하루에 약 9.9명이 죽는다는 말이다. 이는 같은 해 하루 교통사고 사망자 13.9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들이는 돈과 노력에 비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아직 너무 미약하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3월 미세먼지 농도가 5일간 기준치를 초과하자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최근 수년간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당 41㎍으로 바닥을 찍은 후 2013년 44㎍, 지난해엔 46㎍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환경 기준치인 50㎍보다는 낮지만 WHO의 국제 기준(20㎍)이나 뉴욕, 파리, 도쿄 등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은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석유제품 가격 폭락으로 더 많은 차량이 더 많이 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과 건강을 위한 규제는 더 강화돼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