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 할머니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황 할머니가 오전 8시 전남의 한 병원에서 노환과 지병으로 타계했다고 전했다. 이날은 역시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황금자 할머니의 1주기이기도 하다. 황선순 할머니는 1926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동생과 꿋꿋하게 살던 그는 17세 때 고모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가다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났다.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부산으로 따라갔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일 줄 황 할머니는 꿈에도 몰랐다고 정대협은 전했다. 황 할머니는 부산과 일본을 거쳐 1942년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우루에 있는 위안소에 끌려갔다.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와 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지만 오랜 시간 지독한 가난과 뇌경색, 당뇨 등 여러 질병을 겪어야 했다.
정대협 측은 “평소 황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사죄할 때까진 내가 꼭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할머니께서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분이 명복을 빌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빈소는 전남의 한 병원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유가족 뜻에 따라 28일 비공개로 엄수된다. 황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최고령인 김복득(97) 할머니를 비롯해 현재 살아 계신 할머니는 모두 80∼90대 고령이다. 정대협 관계자는 “하루속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 할머니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노년의 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일본 정부 사죄도 안했는데…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 할머니 별세
입력 2015-01-27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