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차두리(35·FC서울)와 23세 동갑내기 손흥민(레버쿠젠)·김진수(호펜하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팀 최고참과 막내인데다 공교롭게도 띠 동갑인 이들이 한국 축구의 중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아시안컵 경기를 할 때마다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자로 기록된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는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스태미너에 원숙한 기술까지 가세하며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멋진 드리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공간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크로스에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특히 지난 22일 멜버른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보여준 폭발력은 ‘차미네이터 신드롬’을 일으켰다. 차두리는 당시 연장 후반 그라운드를 60m 가량 질풍처럼 질주해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했다. 차두리의 도움을 받은 손흥민의 골로 한국은 2대 0 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차두리는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에서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한도 말끔히 지웠다. 8강전을 중계한 모 방송사의 아나운서는 “저런 선수가 왜 브라질월드컵에서 해설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막내 손흥민과 김진수는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의 기둥이라는 점을 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손흥민은 소속팀 레버쿠젠에선 화끈한 골 결정력을 과시했지만 태극전사 유니폼만 입으면 움츠러들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A매치 10경기 연속 무득점의 수렁에도 빠졌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며 명실상부한 대표팀 최고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김진수의 진가도 확인됐다. 수비수로서 대인 방어는 물론 상황에 따라 공격에 가담해 정확한 패스를 보내며 승리에 큰 보탬이 됐다. 이에 김진수는 ‘제2의 이영표’라 불리고 있다.
동갑내기 두 친구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를 합작했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연장 전반 김진수가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이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이 때문에 두 선수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 축구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박지성-이영표 콤비의 후계자로 지목됐다. 김진수 개인으로서도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불의의 부상으로 탈락한 아픔을 털었다.
차두리와 손흥민, 김진수는 시너지 효과를 낳으며 한국 축구를 일깨웠다. 특히 차두리의 경험과 노하우는 후배들에게 연결되고 있다.
차두리를 대표팀에서 ‘삼촌’으로 부르며 따르는 손흥민은 “내가 정말 많이 기대는 선수가 삼촌”이라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기 전에 꼭 좋은 선물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에 조금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띠 동갑’ 삼촌과 막내, 한국축구 중흥 이끈다
입력 2015-01-2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