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선(55·여) 목사가 충남 예산 고덕면 석곡리에 아름답고정다운교회를 개척한 것은 그의 어머니 영향이 크다. 이 목사의 전도로 10여년 전 신앙을 갖게 된 노모는 “죽기 전에 하나님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딸에게 고백했다. 가정주부였던 이 목사가 목회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 즈음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겪었고, 일평생 자녀들을 위해 헌신해온 윗세대들 중에 하나님을 모르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그런 분들에게 저희 어머니처럼 하나님을 영접하는 기쁨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목사는 2004년 44세에 서울장신대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신학공부를 한 탓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도 어려웠고, 나이 든 여성이란 핸디캡도 작용해 교육전도사 임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목회에 대한 강한 소명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그해 고향인 충남 당진과 가까운 현재 위치에 교회를 개척했다. 석곡리에는 약 300가구가 살며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지역으로 부모 세대를 전도하겠다는 뜻을 품은 이 목사의 사역지로 적합했다.
이 목사는 개척을 위해 머물던 경기도 수원의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고, 차액과 모은 돈을 보태 석곡리에 기와집을 구입해 교회건물을 마련했다. “목회를 하겠다고 결심한 후부터 지금까지 반대 한 번 없이 제 뜻을 존중해 준 남편 덕에 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예배당 내부는 약 66㎡(20평) 규모다. 접이식 의자 20개를 놓으면 꽉 차는 작은 공간이지만 빈 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았다. 동네 대부분의 집과 집 사이는 걸어서 최소 15분 걸릴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주민들은 기독교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 아니었다. 이 목사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교회가 있으니 나오라는 식의 소극적 전도가 아니라 ‘찾아가고 섬기는 목회’를 사역의 방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일하고 있는 논과 밭, 비닐하우스 등 주민들의 일터와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기도 하고, 주전부리를 전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하기를 2년, 닫혀 있던 마음들이 조금씩 열리는 듯했다. 주민들이 하나둘씩 교회를 찾았다. 평생 예수를 모르고 살아온 80대 할아버지가 예수를 섬기고 세례를 받을 때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동네에 흔치 않은 30∼40대의 주민들도 교회에 나왔다. 교회는 점차 활기를 띄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젊은 성도들은 금세 도심으로 떠났고, 교회에 배타적인 다른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0여명이 넘던 성도는 현재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성도들의 헌금을 통해 교회운영은 불가능하기에 이 목사는 현재 신학교 동문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녹록지 않지만 이 목사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자원해 동네의 반장을 맡았다. 지역 주민들을 섬길 수 있고, 언제든 그들의 집에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큰 부흥을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죽는 날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주님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충남 예산 아름답고정다운교회
입력 2015-01-27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