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노믹스 구현에 앞장서고,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자.”(장동현 SK텔레콤 사장)
“고객 중심의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권한부여)를 우리의 체질로…모든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고객관점에서.”(황창규 KT 회장)
“새로운 ICT 시대에는 공급자가 아닌 고객이 가치창출의 중심…겸손, 용기, 지혜가 우리 DNA에 각인돼야.”(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스스로 다짐한 신년사다. 한결같이 고객 중심, 신뢰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 이통사들의 이전투구를 보면 언제 이런 신년사가 있었나 싶다. 고객보다는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신뢰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로 물어뜯고 상대방을 폄하하기 바쁘다. 최근에는 도 넘은 상호비방에 소송까지 정말 가관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이전투구
연초부터 LTE보다 4배 빠른 ‘3밴드 LTE-A 상용화’를 놓고 난타전이 시작됐다. 싸움은 SK텔레콤이 지난 연말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라는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단초가 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고객체험단 100명에게 시험용 단말기를 서비스한 것은 상용화라고 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소비자 기만행위’(KT) ‘어불성설’(LG유플러스) 등 거친 말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나왔다. SK텔레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9일부터 ‘세계 최초 상용화’ 내용을 담은 광고를 시작했다. 이에 KT는 10일, LG유플러스는 12일 각각 서울중앙지법에 광고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23일 광고 중지 결정을 내렸다.
싸움은 전방위로 이어졌다. KT는 지난 20일 ‘통신대란 주범 일벌백계로 시장 정상화해야’라는 제목의 공식입장 자료를 냈다. SK텔레콤을 겨냥한 것이다. “고액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시장 과열과 혼란을 주도했다”며 “규제 기관은 사실 조사를 통해 강력하게 법 집행을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인 19일 하루 동안 5391명의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을 했는데, 이 기간 자사 가입자 6423명이 이탈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즉각 조사에 나서자 SK텔레콤은 “모두 동일한 상황”이라며 “조사가 필요하다면 이통 3사 모두 진행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곧바로 반격이 이어졌다. SK텔레콤은 22일 “KT가 전날 자사 대리점 및 판매점 등에 최대 55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살포했으며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가입자 유치를 지속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방통위 시장조사 시행 시점에 벌인 KT의 과도한 리베이트 살포 역시 규제기관의 엄정한 조사 및 결과에 따른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들 피해 없도록 페어플레이해야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사려고 수백m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을 일으키며 곧바로 이를 무력화시켰다. 방통위가 이통사와 임원을 형사고발하고 CEO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 경고했지만 보조금 논란은 지금까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은 물론 국민, 국가까지 속이며 자사 잇속만 챙기는 모양새다. 미래창조과학부나 방통위 관계자들은 “통신사들의 막무가내식 이전투구와 불법행위에 정말 화가 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기회만 있으면 반드시 손을 보겠다는 태세다. 휴대전화 보급 확산으로 사실상 전 국민이 이통사 고객이 됐다. 이통사의 ‘장난’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얘기다.
이통사들은 지금이라도 고객인 국민을 생각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해 사력을 다해도 부족할 판에 더 이상 진흙탕 싸움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통 3사 CEO가 손을 맞잡고 페어플레이를 외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오종석 산업부장
[돋을새김-오종석] 이통3사 정신 차려라
입력 2015-01-27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