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명소 ‘꽃분이네’ 결국 짐 싼다는데… ‘국제시장’ 인기와 함께 불어온 역풍

입력 2015-01-27 00:10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성공 덕분에 명소가 된 ‘꽃분이네’ 가게 앞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인 부산 국제시장 상인들은 요즘 모두 행복할까요? 주인공 덕수의 가게 ‘꽃분이네’가 최근 근심에 싸였답니다. 그 주변 일부 상인도 비슷한 처지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국제시장’은 26일 현재 누적 관객수 120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6위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영화의 무대였던 국제시장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감동을 받은 전국의 영화 관람객들이 모여든 것이죠. 침체됐던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살아났습니다.

‘꽃분이네’ 앞에서의 인증샷은 필수 코스가 됐죠. 가게 앞 길바닥에는 포토존까지 그려져 있습니다. 가게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북새통입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 당연히 매상이 오르겠죠. 그렇습니다. 그런 효과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상인도 생겼습니다. ‘꽃분이네’도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신미란씨는 “관광객이 많으니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분들이 저희 양말이든 벨트든 사가면 떼돈 벌겠죠. 근데 아니거든요. 사진 찍으러 오는 분이 태반이고, 옆 가게로부터 안 좋은 소리 들으면서도 돈은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씨의 가게는 원래 ‘영신상회’였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영화를 찍을 때 가게를 빌려줬죠.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자 가게 이름도 ‘꽃분이네’로 바꿨습니다. “가게 이름이 왜 영화와 다르냐”는 관광객들의 성화가 빗발친 것도 상호를 바꾼 이유였습니다. 이후 신씨는 관광객을 안내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질서유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하지만 신씨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습니다. 명소가 되고나니 자연스레 땅값이 오른 것이죠. 실제로 ‘꽃분이네’ 가게의 시세도 3배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그게 왜 악재냐고요? 세 들어 장사하는 사람에게 땅 값 오른 게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최근 가게 주인이 신씨에게 권리금 5000만원을 달라고 했다네요. 임대료 감당도 어려웠던 신씨는 오는 3월쯤 가게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꽃분이네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좋은 쪽으로 해결됐으면 합니다”라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물건도 팔아주세요” “영화사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보이네요. 일부 네티즌은 “땅주인은 망하는 일이 없네” “피해자는 언제나 영세 자영업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무대이고 사람들은 연기자’라고 했던 셰익스피어의 말이 떠오릅니다. 스크린 속 덕수는 국제시장이라는 무대에서 희망을 펼쳤습니다. 이 무대에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 모두 덕수만큼 행복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은 없을까요?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