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사 잇단 오류까지… 엎친데 덮친 연말정산 파동

입력 2015-01-27 02:40
직장인들은 올해 최악의 연말정산을 경험하고 있다. 몇몇 공제 항목이 없어지고 소득공제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난데 이어 국세청의 현금영수증 자료 일부 누락, 카드사의 잇따른 오류 등으로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는 카드 공제 조건이 바뀌면서 연말정산 과정이 이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져 직장인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오죽하면 연말정산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과연 연말정산이 직장인을 위한 것인지 징세 당국의 편의를 위한 작업인지 헛갈린다. 여론의 질타가 빗발치자 정부가 올 3월까지 연말정산 신고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당장 BC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이용자 290여만명 중 대다수는 관련 증빙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된다. 이들 카드사가 일반 사용금액, 대중교통비, 전통시장 사용금액 등 1600여억원의 결제 내역을 국세청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제율이 다른 공제 항목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넘겨 잘못된 정보가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에 열흘 이상 입력돼 있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이 신고한 주소나 상호명을 일일이 수기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카드사들의 자료를 믿고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와 국세청 모두 해명에 급급한 가운데 해당 직장인들만 이중으로 연말정산을 하게 됐다.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의 수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서류를 보완해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래저래 직장인들만 봉이 된 셈이다.

카드사는 물론 보험사나 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사들이 국세청에 납세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은 오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는 자체 자료를 통보하고 국세청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현 체계에서는 개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이상 유무가 발견되지 않는다. 징세·금융 당국이 그동안 납세자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치밀하지 못했음이 이번에 입증됐다. 당국은 문제가 불거지자 고객 피해와 문제점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세청과 금융 당국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