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 서부극의 부활을 고대하며

입력 2015-01-27 02:20
영화 '대열차강도' 포스터

오프닝 크레딧의 실종 외에 ‘요새’ 영화에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서부극의 퇴조다. 사실 서부영화는 1903년에 최초로 영화적 서술구조를 갖춘 ‘대열차강도’라는 작품이 나온 이래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장르로 발전해 왔다. 그러다보니 존 웨인을 비롯해 당대의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기용해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등 서부영화의 명장들이 만든 클래식 웨스턴은 지나치게 전통적 관습(컨벤션)에 매몰돼 정형화된 나머지 식상해져 버렸다. 정의로운 보안관이나 카우보이, 아니면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얻거나 홀연히 떠나간다는 뻔한 스토리였으니.

그러자 1960년대에 새로운 서부극이 나타났다. ‘스파게티 웨스턴’. 일종의 수정주의라고나 할 이 이탈리아산 서부극에도 나름대로 컨벤션이 있었다. 돈만 밝히는 주인공에 등 뒤건 어디서건 총질을 해대는 잔인함. 그러나 이 역시 과장과 매너리즘에 빠진 결과 사실주의 서부극이 등장했다. 과장이나 미화 등을 제거하고 과거의 서부를 있던 그대로 보자는 움직임으로 이 흐름의 정점에 달한 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1992)였다.

그 후 ‘오픈 레인지’(2003) ‘더 브레이브’(2010) ‘장고’(2012) 등이 선보였으나 서부극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지는 못했다. ‘역마차’(1939)와 ‘황야의 결투’(1946) ‘하이눈’(1952) ‘셰인’(1953) ‘내일을 향해 쏴라’(1969) ‘몬테 월쉬’(1970) 같은 정통 서부극들이 보여주었던 넘치는 시정(詩情)과 즐거움,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