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결심과 다짐의 시기다. 현실 개선과 개인의 발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새해는 이러한 욕망을 다잡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결심하고 다짐한다고 답이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다. 도약과 발전의 실질적인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
새해 포부와 각오를 물었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양의 해에 어울리는 고맙고 소박한 대답으로 여기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스마트 시대에 맞는 새롭고 창의적인 대답을 듣고 싶어서였을까.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느니만 못하고 좋아하는 건 즐기느니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知者)”고 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일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열심히보다는 즐겁게, 효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스마트하게 일하는 걸 더욱 높이 산다. 일하는 방식에 생존과 발전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새해 경영 화두는 실행, 혁신, 성과다. 작년 한 해 수많은 대화와 토론 끝에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과 경영혁신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새해의 시작과 동시에 모든 업무를 본궤도에 올렸다. 이런 가운데 자꾸만 살피고 확인하는 부분이 있다. 진행 방향이나 속도가 적정한지,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건지 등에 대한 것이다.
중정건령(中正健靈)은 다도(茶道)와 관련한 말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알맞은 상태의 찻물 끓이기를 말한다.
이 말은 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앙다무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 알맞고 바르게 일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 웃으며 일해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게 훨씬 소중하고 가치 있다. 보람과 즐거움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일 줄이기’나 ‘일과 삶의 균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 줄이기와 절대적인 업무량 축소는 다르다. 일 줄이기는 성과를 높이면서 균형 있는 삶이 가능하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할 일과 일의 목적을 분명히 해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토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성이나 타성, 규정과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행이나 제도에만 얽매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못한 채 바쁘기만 하다. 창의적 업무 수행이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성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창의적 인재,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능동적인 인재를 계속 키워내야 한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제도나 관행 등을 개선하면서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해에는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으며, 개인과 조직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부단히 애써 왔다. 그 결과 야근 최소화, 결재단계 축소, 보고 및 회의 문화 개선 등 성과도 거두었다. 특히 호응이 큰 것은 요일별 강제 셧다운(Shutdown)제, 인생 전반 컨설팅제 도입 등이다. 아직은 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성과 중심의 효율적 업무 수행을 토대로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여 국민이 함께 행복한 기업을 만든다’는 처음의 목표가 한층 가까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다양한 꿈들이 세상에 다시 뿌려졌다. 그 꿈이 튼튼히 뿌리 내리고, 예쁘게 꽃 피워 튼튼히 열매 맺게 하려면 땀과 열정만으로는 2% 모자란다. 층층이 쌓인 어려움, 겹겹의 난관을 뚫고 보람찬 한 해를 이루기 위해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2015년 어떻게 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최계운 K-water 사장
[CEO 칼럼-최계운] 中正健靈 일하기
입력 2015-01-2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