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청문회 준비] 차남 병역 의혹 ‘공개 검증’ 카드로 선제 대응

입력 2015-01-26 03:23 수정 2015-01-26 14:57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병역면제 의혹을 받고 있는 차남의 무릎 X선 촬영 사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5일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공개 검증’ 카드로 맞받아쳤다. 본인의 조기 전역 의혹에 대해선 50년 전 의료기록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등 빈틈없는 대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공식 사퇴한 그는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력할 방침이다.

◇“MRI·X선 촬영 등 어떠한 조치도 응하겠다”=이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공개적으로 검증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앞서 이 후보자 차남이 2000년 3급 현역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3차례 입영을 연기했고, 2006년 ‘불안정성 대관절’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불안정성 대관절이 고위층 자제들의 대표적인 병역면제 수법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아침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놓고 차남과 상의했다”며 “필요하다면 이번 주에 언론인, 의료인, 관계자들 앞에서 MRI(자기공명영상), X선 촬영 등 어떠한 조치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또 “굉장히 당혹스럽지만 본인이 대중 앞에 얼굴을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 측은 무릎수술 이후 철심이 박힌 차남의 X선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병무청에 제출했던 의료기록도 추가로 배포했다. 야당의 공세가 차남 병역문제에 집중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신상 검증엔 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이 감지된다.

그는 다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식의 신체 부위를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게 아비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상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정책 검증은 공개로 하는 미국의 인사청문 방식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조기 전역 의혹을 반박하는 근거로 1964년과 1975년에 찍은 X선 사진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공직을 준비해온 사람답다”는 말이 나왔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를 도왔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가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발목에 있는 일부 뼈가 붙지 않아 다른 뼈가 하나 더 생기는 증상)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차남의 재산등록 누락 및 토지증여 과정, 후보자 동생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JP, ‘포스트 JP’ 격려=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이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충청권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포스트 JP’로 불린다. 1997년 신한국당에서 김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을 지낸 인연이 있다. 김 전 총리는 이 후보자에 대해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호평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이 후보자는 개헌에 대해선 “원내대표 때 밝힌 기조 하에서 보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시절 그는 “개헌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와 경제·사회 부총리가 모두 여당 출신 의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두 부총리와 잘 협력해서 경제 살리기와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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