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5일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공개 검증’ 카드로 맞받아쳤다. 본인의 조기 전역 의혹에 대해선 50년 전 의료기록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등 빈틈없는 대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공식 사퇴한 그는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력할 방침이다.
◇“MRI·X선 촬영 등 어떠한 조치도 응하겠다”=이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공개적으로 검증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앞서 이 후보자 차남이 2000년 3급 현역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3차례 입영을 연기했고, 2006년 ‘불안정성 대관절’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불안정성 대관절이 고위층 자제들의 대표적인 병역면제 수법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아침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놓고 차남과 상의했다”며 “필요하다면 이번 주에 언론인, 의료인, 관계자들 앞에서 MRI(자기공명영상), X선 촬영 등 어떠한 조치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또 “굉장히 당혹스럽지만 본인이 대중 앞에 얼굴을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자 측은 무릎수술 이후 철심이 박힌 차남의 X선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병무청에 제출했던 의료기록도 추가로 배포했다. 야당의 공세가 차남 병역문제에 집중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신상 검증엔 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이 감지된다.
그는 다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식의 신체 부위를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게 아비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상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정책 검증은 공개로 하는 미국의 인사청문 방식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조기 전역 의혹을 반박하는 근거로 1964년과 1975년에 찍은 X선 사진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공직을 준비해온 사람답다”는 말이 나왔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를 도왔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가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발목에 있는 일부 뼈가 붙지 않아 다른 뼈가 하나 더 생기는 증상)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차남의 재산등록 누락 및 토지증여 과정, 후보자 동생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JP, ‘포스트 JP’ 격려=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이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충청권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포스트 JP’로 불린다. 1997년 신한국당에서 김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을 지낸 인연이 있다. 김 전 총리는 이 후보자에 대해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호평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이 후보자는 개헌에 대해선 “원내대표 때 밝힌 기조 하에서 보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시절 그는 “개헌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와 경제·사회 부총리가 모두 여당 출신 의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두 부총리와 잘 협력해서 경제 살리기와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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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청문회 준비] 차남 병역 의혹 ‘공개 검증’ 카드로 선제 대응
입력 2015-01-26 03:23 수정 2015-01-26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