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인 허모(54)씨와 신모(59)씨는 지난 21일 오후 10시 서울 금천구 안양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잉어가 많이 잡힌다는 소문을 듣고 짭짤한 용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에 나선 길이었다.
두 사람은 수심이 얕고 폭이 좁은 ‘좋은 목’에 자리를 잡았다. 가로 20m, 세로 1.5m 그물을 친 뒤 막대기로 수면을 강하게 내리치자 잉어는 혼비백산해 우르르 몰려 그물 쪽으로 도망갔다. 22일 오전 1시까지 이들은 소형 모터보트 2대를 이용해 안양천 곳곳을 누비며 잉어 25마리를 낚아 올렸다. 한밤의 난데없는 ‘추격전’으로 붙잡은 잉어는 미리 준비한 봉고차의 저수조에 보관했다. 어른 팔뚝보다 긴 80㎝∼1m가량 월척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만선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이 타격대 10명, 지구대 순찰인력 11명 등 21명의 경찰관과 순찰차 4대를 동원해 포위망을 짜고 검거에 나섰다. 허씨는 허둥대다 보트에 탄 채 현장에서 체포됐다. 신씨는 경찰을 보고 먼저 달아났으나 허씨가 잡히자 자수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허씨와 신씨를 내수면어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민물낚시를 즐기긴 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잉어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양천 구간 중 서울시 경계부터 한강 합류점까지는 국가 하천으로 지정돼 있어 어업 행위를 하려면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평소 여기서 고기를 잡는 사람이 없어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안양천 잉어 습격 사건… 일용직 노동자들 ‘용돈 벌이’ 한밤 25마리 불법 포획 입건
입력 2015-01-26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