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마을 아이들 고통 느껴져 마음 아파요”

입력 2015-01-26 02:32
25일 서울 양천구 지구촌교회에서 열린 ‘컴패션 체험전’에 참가한 한 가족이 자원봉사자(오른쪽)와 후원이 절실한 빈곤 아동의 정보가 담긴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5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지구촌교회 본관 1층 로비 입구 맞은편 33㎡(10평) 규모의 가건물. 이곳에서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청소년들이 태블릿PC를 들고 헤드폰을 쓴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들은 태블릿PC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음성을 들으며 필리핀 세부 쓰레기 마을의 가옥을 본뜬 가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쓰레기더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필리핀 어린이의 집은 참가들에게 빈곤의 아픔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이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컴패션 체험전’ 현장이다. 빈곤 아동이 느끼는 고통을 직접 보고 느끼는 동시에 이들이 컴패션의 도움으로 어떻게 희망을 찾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컴패션은 세부 쓰레기 마을에서 생계를 위해 매일 쓰레기를 모으는 어린이 알조(12)의 집을 그대로 재현했다. 컴패션은 체험 공간을 쓰레기 마을에서 공수해 온 현지 물품으로 모두 채웠다.

참가자들은 마을의 쓰레기 더미와 알조네 집, 컴패션어린이센터 등을 재현한 6개 공간을 돌아보며 빈곤 아동의 일상을 엿봤다. ‘알조의 집’이란 이름의 방 벽에는 쌀 포대로 얼기설기 만든 커튼과 쓰레기더미에서 건져온 옷가지들이 이리저리 걸려 있었다. ‘소망의 방’에서는 알조와 비슷한 전 세계 빈곤 아동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었고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는 학업과 건강, 신앙관리 등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 빈곤 아동을 접할 수 있다. 체험전의 마지막 공간인 ‘어린이센터 운동장’에는 컴패션 후원으로 가난을 극복하고 육상선수, 국회의원, 변호사, 목회자 등으로 성장한 어린이들의 사진이 걸렸다. 또 후원금 용도를 알기 쉽게 정리한 코너를 마련해 후원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날 가족과 체험전에 참여한 이승원(51)씨는 “알조의 집을 들어서면서부터 나오기까지 계속 마음이 아팠다”며 “빈곤 아동이 앞으로도 악조건을 극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같이 온 심희순(47·여)씨는 “자녀들에게 나눔 교육을 시키고자 참여했다”며 “아이들이 하나님에게 감사하고 이웃을 돕는 자세를 기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체험전을 기획한 박성현 지구촌교회 총괄행정목사는 “빈곤 아동을 양육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지를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이 후원에 동참토록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행사 기간 동안 1200여명이 체험전을 찾았다”고 밝혔다.

컴패션은 또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에서도 ‘컴패션 체험전’을 연다. 서정인 대표는 “체험전으로 한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가슴 깊이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