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은 3초. 송한나래(23·한국외대) 선수가 마지막 11번 홀드에 아이스바일(빙벽을 타격하는 등반장비)을 걸었다. 마지막 클립(확보물에 로프를 거는 것)과 완등, 거의 동시에 타임오버 벨이 울렸다. 지난 11일 새로운 빙벽여제의 탄생과 함께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클라이머에게 완등은 완생이다. 경쟁하는 스포츠 경기지만 벽에 매달린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다. 난이도 경기는 벽에 난 루트대로, 인생처럼 가보지 않은 길을 홀로 올라야 한다. 거꾸로 매달려 온몸의 힘을 쥐어짜야하는 어려운 고비도 있다. 스피드 경기처럼 단숨에 치고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도중에 팔을 털어주며 다음 동작을 위해 호흡을 고르며 쉬기도 한다. 그렇게 마지막 홀드에 도달하면 클라이머는 완생에 이른다.
“결승에서도 꼭 완등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 경기에서 전 루트를 다 완등했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1분 남았다는 소리를 듣고 잠시라도 지체하면 완등을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남녀 통틀어 결승에서 완등자가 없었기에 관람객들은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송 선수를 지켜봤다. 송 선수는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30초 동안 조금의 실수도 없이 시원시원하게 동작을 이어간 끝에 완등을 했다. 송선수는 “월드컵 한 주 전에 열린 선수권대회에서 시간초과로 아쉽게 완등을 못 했던 걸 만회해 기쁘다”고 말했다.
송 선수가 아이스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한지는 고작 2년. 아이스클라이밍 선수로는 경력이 짧지만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는 이미 1위를 여러 번 했다. 두 종목 대회를 모두 출전하는, 국내 유일의 선수다. 아이스클라이밍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스포츠클라이밍을 했던 덕분이라고.
“금메달이 기쁘긴 하지만 아직 제 실력에 과분한거 같아요. 아이스클라이밍이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전시종목으로 소개됐고, 앞으로 평창올림픽에서 시범경기를 하면 그 다음에 정식 종목이 된다네요. 앞으로 몸 관리를 잘 하면 두 번 정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텐데 꼭 애국가를 틀고 싶어요.”
김 난 쿠키뉴스 기자
[인터뷰-아이스클라이밍 여왕 등극 ‘송한나래’] 입문 2년만에 월드컵 金 쾌거
입력 2015-01-2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