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간에 낀 중산층만 쥐어짜나

입력 2015-01-26 02:19

중산층이 폭발했다. 이번 연말정산 수정 사태는 ‘증세 없는 복지’ 실현을 위해 증세 대상으로 전락한 중산층의 분노가 도화선이 됐다. 출범 초 ‘중산층 70% 복원’을 내걸었던 정부는 3년째 중산층 개념을 연구 중이다. 중산층이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낀 세대’ 격인 중산층=정부 경제정책의 확고한 프레임은 증세 없는 복지다. ‘증세 없는’은 고소득층과 부유층이 혜택을 받고 있고,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복지’는 저소득층이 수혜자다. 이에 비해 임금근로자 중심의 중산층은 쥐어짜여지는 계층으로 전락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25일 “이번 연말정산부터 연봉 7000만∼1억원 사이인 대기업 과장, 부장급들의 소득세가 크게 증가했다”며 “고소득 자영업자는 놔두고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유리지갑 근로자만 건드린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뿐 아니라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정책들도 중산층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중산층 주거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1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전셋값은 잡지 못했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등으로 오히려 가계부채만 증가시킨 측면이 크다.

인하대 경제학부 정인교 교수는 “중산층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이 주거비와 사교육비인데 현 정부 들어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느끼는 중산층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산층 개념 연구만 3년째 하는 정부=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기준은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50∼150%에 해당되는 가구다. 소득이 가장 많은 가구와 가장 적은 가구를 한 줄로 세운 뒤 딱 중간에 해당되는 가구(중위소득)를 100으로 놓았을 때 50에서 150 사이 가구를 뜻한다. 이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중산층에 속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체감 중산층 비율은 2009년 54.9%에서 2013년 51.4%로 떨어졌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근로소득 위주인 OECD 중산층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소득 외에 부동산 등 자산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훨씬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정권 출범 직후 통계상이 아닌 ‘실질적인’ 중산층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중산층 기반강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질적인 중산층을 나타내는 보조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중산층 개념을 명확히 한 뒤 중산층 기반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마무리된다던 중산층 보조지표 개발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중산층 기반 강화 방안이 제외된 이후부터는 중산층 70% 복원은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산층 개념에 대한 연구 작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고용 증대가 중산층 강화와 연결되는 만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책들이 중산층 70% 복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