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예스맨’ 총리가 아닌 책임총리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할 말 하는 총리’는 이 후보자의 정치적 소신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23일 청와대의 지명 발표 직후 일성으로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소통총리’와 책임총리는 이 후보자가 내건 약속이다.
책임총리인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종이는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국회 인준투표 등을 거쳐 총리가 된 다음 헌법에 보장된 장관 제청·해임권을 행사하느냐 여부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책임총리제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초대 정홍원 전 총리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박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도 책임총리로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여권에서는 3선 국회의원, 충남도지사, 집권여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이 후보자의 정치 경륜을 감안할 때 책임총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25일 “이 후보자가 청와대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엄청난 강점”이라며 “청와대와 불편한 사이라면 직언을 해도 오해를 살 수 있겠지만 이 후보자는 자신의 생각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원내대표 당시 박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른 것을 거론하며 책임총리 역할을 하기엔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또 원조 친박(친박근혜)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청와대에 충분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역대 총리 중 가장 힘이 셌던 김종필 전 총리는 김대중정부 당시 ‘DJP’ 연합으로 권력의 한 축이었고 책임총리에 근접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이해찬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정부가 총리 후보자에게 지원하는 차량, 운전기사, 여비서, 수행원 등의 편의와 의전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후보자는 평상시처럼 본인의 에쿠스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으며 점심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기자간담회나 개별 언론사 인터뷰도 최대한 자제키로 했다. 출퇴근 시에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같은 ‘로키 행보’는 국회 인준이 완료될 때까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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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6 02:27 수정 2015-01-26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