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보육체계 개편, 방향 맞지만 부작용 어쩔 셈인가

입력 2015-01-26 02:27
정부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계기로 보육정책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학대 근절 방안 대책을 논의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한 첫 관계장관회의인 만큼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는 민감한 보육체계 개편도 거론됐다. 영아(만 0∼2세)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보육 지원을 늘리고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보육체계를 뜯어고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만 5세 이하 모두에게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던 것을 선별적, 맞춤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될 경우 3년 만에 무상보육의 틀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황 부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2세 미만 영아는 어머니와 애착 관계가 중요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필수적인 가정 양육이 보장되도록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형표 장관이 지난 22일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에 나온 추가 발언이다. 보육체계 개편의 핵심은 ‘맞춤형 보육’으로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여 맞벌이 부부 등 꼭 필요한 계층이 전일제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좀더 쉽게 하고, 전업주부 중에서도 굳이 전일제 어린이집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시간제 보육시설이나 가정 양육 등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 0∼2세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정부 지원금(22만∼77만7000원)이 양육수당(10만∼20만원)보다 2∼4배 많아 가정 양육이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양육수당을 올린다고 해도 어린이집 이용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예단하긴 힘들다. 양육수당을 두 배로 준다 해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는 주부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조정 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현재 0∼5세 아동 보육·양육 지원에만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2013년 기준 1.19명으로 2012년(1.3명)보다 뒷걸음질쳤고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보육의 질도 악화됐다. 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입해도 효과는 미미한 현행 무상보육 체계에 손을 대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동안 대상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의 보육료를 지원하던 것을 차등화하겠다는 사실상 선별적 복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벌써부터 ‘대선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따라서 선별적 복지로의 회귀는 국민적 동의를 충분히 구한 뒤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 전업주부, 워킹맘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거쳐 최선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참에 증세를 통한 예산 확보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