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만 봐도 “아하! 그 회사”… 기업들 서체개발 열풍

입력 2015-01-26 02:08 수정 2015-01-26 17:13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자사 서체인 아리따체의 새 라인 ‘아리따 부리’를 개발해 무료 배포했다. 2006년 처음 ‘아리따 돋움’을 개발해 선보인 후 아리따 부리까지 모두 세 차례 서체를 추가 개발했다. 개발된 서체는 브랜드를 비롯해 회사 내 문서 제작 등에 사용된다.

최근 자체 서체를 개발해 사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카드가 2003년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과 함께 전용 서체인 ‘유앤아이’가 호평을 받으면서 서체 개발에 나선 기업이 늘었다. 이후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자체 서체를 공개했고 현재는 분야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자체 서체 개발이 일반화됐다.

롯데마트는 2011년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세 종류의 전용 서체를 개발했다. ‘통큰체’ ‘행복체’ ‘드림체’로 명명된 서체는 제품 포장이나 자체 브랜드 제품에 사용 중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 ‘배달의 민족’도 2013년 자체 서체인 ‘한나체’를 처음 개발한 후 지난해에는 ‘주아체’를 추가로 선보였다. 올해 세 번째 서체를 공개하는 등 모두 5가지 서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자체 서체 개발에 나서는 것은 광고나 제품에서 해당 기업의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서체만 보고도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5일 “시각이미지 통합의 바탕이 되는 TI(글자나 글자 배치 등을 활용한 정체성)를 확립해 다양한 브랜드를 아우르는 일관된 기업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서체를 무료 배포해 광고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 서체의 무료 배포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에서 기업 서체를 사용하면서 각종 홍보물 등에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기업 이미지를 오히려 해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마트 통큰체의 경우 무료 배포 후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