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죽어도 좋아’(2002), 순박한 시골 청년과 에이즈에 걸린 다방 여종업원의 사랑을 그린 ‘너는 내 운명’(2005), 불치병에 걸린 남자와 그를 지키는 여자의 사랑을 담은 ‘내 사랑 내 곁에’(2009). 모두 박진표(49) 감독이 연출한 사랑 소재 영화다. 그가 이번에는 20대 청춘 ‘썸남썸녀’의 얘기를 다룬 ‘오늘의 연애’를 내놓았다.
지난 14일 개봉 첫날 ‘국제시장’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오늘의 연애’는 25일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다소 진부하고 뻔한 장면도 있지만 젊은층의 사랑 방정식을 솔직담백하게 그려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 영화 제작사 팝콘필름에서 박 감독을 만나 연출 의도 등을 들어봤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에 서로 간을 맞추는 단계인 썸 타는 남녀, 연상연하 관계, 유부남과의 사랑 등 100명 이상의 커플을 만나 취재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카톡이나 문자로 하는 젊은층의 연애는 깨지고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질 때 깨지더라도 한번 부딪쳐 보는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연애’는 기상캐스터 현우(문채원)와 그녀를 18년간 쫓아다닌 준수(이승기)의 좌충우돌 사랑이 줄거리다. 여기에 유부남 PD(이서진)와 저돌적인 앤드루(정준영)가 현우와 얽히면서 삼각관계를 이룬다. 박 감독은 “사랑은 색깔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진정한 사랑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설렘이 있다는 점에서 사랑의 본질은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으로 떠나려는 사랑을 잡으려고 굳이 뛰어가는 장면과 “너는 새우깡 같아. 자꾸만 손이 가거든”이라는 대사 등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한다. 박 감독은 “조금은 유치하고 바보 같은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관객들은 공감하면서 즐겁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지면 ‘제 눈에 안경’이니까.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문채원의 재발견이다. 욕설을 스스럼없이 내뱉고, 술 마시고 주사를 부리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현우 역으로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낸다. 박 감독은 “이승기는 노력형 천재로 배역에 대한 흡수력이 정말 좋았다. 문채원은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는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진상 연기를 통해 내면에 있던 감수성 예민한 괴물을 끄집어냈다”고 칭찬했다.
‘그놈 목소리’(2007)처럼 사회성 있는 작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하우(How·어떻게)가 아닌 와이(Why·왜)가 강조된 영화를 하려고 해요. 사회적 목적을 가진 작품이죠. 당분간은 사랑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살기도 힘든데 무슨 사랑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랑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거든요. 제 안의 즐거움과 코미디 감각을 끄집어내고 싶기도 하고요.”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영화 ‘오늘의 연애’ 박진표 감독 “영화 찍기 전 커플 100명 이상 만나 취재”
입력 2015-01-2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