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통제 고삐 죄나

입력 2015-01-26 01:16
중국에 사상 통제 광풍이 몰아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칫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과 같은 사상의 암흑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일 공산당원과 대학을 향해 마르크스주의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대학과 인터넷에서 서구 사상 몰아내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올해 처음 열린 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중국의 개혁 심화를 위한 방법으로 변증법적 유물론을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25일 전했다. 시 주석은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을 학습하는 것은 정치국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초기 단계”라며 유물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개혁·개방을 통해 부강한 나라가 됐지만 아직도 국내외적인 도전이 상존하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이념이 당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1년여 전인 2013년 12월 열린 중앙정치국 학습회의에서도 유물론의 학습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한때 ‘서적’ 속에서만 존재했던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살려내고 있는 것은 사상의 통제를 통해 본인은 물론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사상 통제의 기운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일 각 대학에 마르크스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선전과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말 대학 내 당의 리더십과 지도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이후 내려진 조치다. 대학이 교수와 학생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무장시켜야 하며 마르크스주의 학습과 연구, 전파의 기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마르크스주의 등과 관련한 서적을 강의에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대학을 평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나 등장했던 특정 인물에 대한 사상 비판도 횡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이론잡지 구시(求是)가 운영하는 구시망은 24일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와 천단칭 전 칭화대 교수를 직접 거명하며 “서구 사상을 퍼뜨리며 중국을 먹칠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법학자로 수백만명의 웨이보 팔로어를 가진 허 교수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입헌정치 도입을 요구하며 당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 전 교수는 중국과 서방국의 사회체제를 풍자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글을 올린 저장성 닝보시의 공산당 시위원회 선전부 관리 쉬란은 “우리의 공산주의 이념을 훼손하기 위해 서구 사상을 퍼뜨리는 자들을 내버려 둔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사이버 공간에 대한 통제 강화에 나서면서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지침에 따라 사용자 댓글과 게시물에 대한 내부 검열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사설망(VPN)이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