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주 아시안컵] ‘중동 킬러’ 이근호, 이번에도 보여줘

입력 2015-01-26 01:23

“이라크 경기를 즐기고 55년 만의 우승 탈환에 도전하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 4강전을 갖는다. 한국은 이 고비를 넘기면 55년 만의 아시안컵 재패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상황은 일단 낙관적이다. 한국은 이라크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69위로 이라크(114위)보다 45계단이나 높다. 역대 전적에서도 6승10무2패로 크게 앞선다. 특히 한국은 모처럼 부상자 ‘제로’가 됐다. 전날 시드니 입성 후 가진 첫 훈련에선 부상으로 귀국한 이청용(27·볼턴)과 구자철(26·마인츠)를 제외하고 21명 전원이 참가했다.

이라크는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치러 전력누수가 심하다. 중앙 미드필더 야세르 카심(24·브링튼)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한국은 ‘중동 킬러’ 이근호(30·엘 자이시)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2009년 3월 평가전에선 선발로 출전해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2007년 6월 평가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해 3대 0 완승을 주도했다. 현재 대표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골 맛을 본 선수는 이근호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이라크는 크로스가 정확하고 골 결정력에서 한국에 앞선다. 지난 4경기에서 무려 101차례 크로스를 시도해 이 부문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68차례로 전체 7위다. 또 한국은 5골(경기평균 1.25골), 이라크는 6골(경기평균 1.5골)을 터뜨렸다. 이라크는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측면 크로스를 주요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 왼쪽 윙어로 출격한 알라 압둘자라(28·알 쇼르타)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아메드 야신(24·외레브로)이 골로 연결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백전노장’ 유누스 마흐무드(32·알 가라파)도 경계대상이다. 마흐무드는 2002년부터 이라크 대표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25일 현재까지 135차례 A매치에 출전해 53골을 터뜨렸다. 특히 마흐무드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눈부신 선전으로 동료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온 선수다.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 이듬해 열린 아테네올림픽 때 4강 신화를 주도하면서 자국의 영웅이 됐다.

한국 대표팀의 왼쪽 풀백 김진수(23·호펜하임)는 “윙어와 풀백들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 그리고 주장 마흐무드가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친 선수, 아픈 선수가 없이 다들 출격할 준비가 됐다”면서 “내일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라크보다 우리를 더 높게 보는 이들이 있다. 부담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라크는 과거이기는 하지만 2007년 (아시안컵) 우승국이기도 하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