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름값 2달러 밑으로… 저소득층에 실질적 혜택

입력 2015-01-26 03:52 수정 2015-01-26 14:41
24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호보큰의 한 주유소 가격표. 이날 미국 대다수 지역의 평균 휘발유(레귤러) 가격은 갤런당 2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UPI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평균 휘발유(레귤러 기준)값은 갤런당 1.963달러(약 2125원)였다. 지난해 6월에 비해 40% 이상 급락해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미 전역 평균 휘발유값도 갤런당 2.037달러(약 2205원)로 1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버지니아주 외에도 26개 주의 휘발유값이 이미 1달러대에 들어섰다.

1980년 이후 미국에서 휘발유값이 1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이어 두 번째다. 2008년에는 전적으로 경제 위기로 인한 수요 급감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지속 기간도 2008년에 비해 이번이 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가 급락은 미국 경제 전반에 경기 회복의 온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경제지표가 호전됐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했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소득에서 난방과 차량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유층보다 중산층 및 저소득층이 크기 때문에 더 큰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위 20% 소득가구가 세후 소득 중 12%를 유류비로 지출한 반면 상위 20% 소득가구는 3%에 불과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유가 하락은 각 가정에 세금 감면과 같은 효과를 준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전반 6개월에만 유가 하락으로 미국인들이 75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봤다고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하락은 에너지기업 고용 감소 등 어두운 측면도 있지만 유가 급락에 따른 소비 촉진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이를 크게 능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주로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가는 주식시장 활황보다 저소득·중산층의 소비여력 확대를 불러오는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에 더 반가운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