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76) 서울 도봉감리교회 원로목사는 인터뷰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자신이 회장을 맡은 목회자유가족돕기운동본부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다가 불현듯 막내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들은 5년 전 뇌가 세균에 감염된 뇌농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겨우 서른여덟이었다.
“전국 감리교회 소속 ‘홀사모’ 약 200명 중 절반은 40∼50대입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이들이죠. 이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희 막내 생각이 많이 납니다. 막내가 결혼은 안 했지만 살아 있다면 이들 홀사모와 비슷한 또래니까요. 장례를 치르고 조의금이 1500만원 정도 남았었는데 모두 운동본부 기금에 적립했어요. 홀사모들 돕고 싶어서요.”
지난 21일 김 목사를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에 있는 운동본부 사무실이었다. 24㎡(약 7평) 크기의 아담한 사무실에서 그는 직원 한 명 없이 단체의 ‘살림’을 꾸려 가고 있었다.
김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2002∼2004년)까지 역임한 한국 감리교회의 대표적인 원로 중 한 명이다. 2009년 4월 도봉감리교회에서 은퇴예배를 드리며 43년 목회활동의 마침표를 찍은 그는 그해 8월 이 단체를 설립했다. 목회자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 셈이다.
“하나님이 교단장까지 시켜줬으니 은퇴했다고 놀아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교회의 사각지대가 어딜까 생각하다 목회자 유가족이 떠올랐어요. 사무실에 직원 한 명쯤 채용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아껴서 좋은 데 쓰고 싶어 이렇게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운동본부는 2010년부터 매년 2월과 8월 홀사모 자녀 중 도움이 필요한 학생 총 30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대학생에게는 200만원, 고등학생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한다. 장학금은 김 목사와 뜻을 함께 하는 전국 감리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돈이다.
김 목사는 기부금과 함께 그동안 운동본부에 답지한 따뜻한 사연들도 들려주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매달 5만원씩 기부하고 있는 70대 여성, 암 수술을 받은 뒤 받은 보험금 1000만원을 내놓은 50대 남성, 단체 설립 때부터 매년 100만원씩 기탁해준 고 나원용 목사….
김 목사는 “감독회장으로 재직할 때는 전도운동에 전념하느라 홀사모 문제를 살피지 못했다”며 “기독 실업인들과 교단들이 지금이라도 홀사모 가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기뻐하며 감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수여식을 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누군가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웃음).”
김 목사는 은퇴 이후 미자립교회인 ‘비전교회’ 살리기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2010년부터 매년 3월과 10월 비전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신바람목회세미나’를 열고 있다. 부흥에 성공한 교회 목회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목회 정보를 제공하는 행사다.
그는 “교회를 개척한 뒤 자립하려고 발버둥치다가 영적으로 탈진해 버리는 목회자가 너무 많다”며 “대형교회들은 비전교회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대형교회들이 해외선교에 너무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요. 해외선교보다는 우리 안의 그늘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대형교회들이 평신도 사역자들을 대거 비전교회에 파송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그렇게 해야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공생할 수 있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목회자 유족 등 우리 안의 그늘에 눈 돌려야”
입력 2015-01-26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