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설’ 김병지 골키퍼 “나의 롱런 비결은 가족 사랑”

입력 2015-01-26 04:44

K리그 클래식의 골키퍼 김병지(45·전남 드래곤즈·사진)는 1992년 9월 2일 울산 현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올해 프로 24년차를 맞은 그는 수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 K리그 최고령 출전과 최다 출전 기록이 단연 돋보인다.

“이 모든 게 가족 덕분이죠. 가족이 제 축구인생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김병지는 24일 숙소 SC파크호텔에서 롱런의 비결은 가족 사랑이라고 밝혔다. 김병지는 지난해 11월 22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만 44세 7개월 14일의 나이로 골문을 지켜 은퇴한 신의손이 갖고 있던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골문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준 다음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있네요.”

세 아들 태백(17) 산(14) 태산(9)은 모두 아버지처럼 축구를 한다. 김병지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축구인생을 의식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네 인생을 살라’고 합니다. 나로 인해 부담감을 가져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전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라고 가르쳐요. 주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 같은 선수가 돼야지’ 하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병지는 요즘 태백, 산과 집 근처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배우고 있다. “시즌 중엔 1주일에 2∼3번 함께 드럼을 쳐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죠. 참, 아내(김수연씨)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축구선수의 아내로서 묵묵히 가장을 잘 지켜 줬기에 그라운드에서 내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2006년 신태용 축구대표팀 코치가 갖고 있던 K리그 최다 출전 기록(401경기)을 깬 김병지는 지난해 679경기까지 늘렸다.

“최고령 출전 기록을 달성한 것도 기쁘지만 700경기 출전은 더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K리그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병지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데뷔 후 줄곧 몸무게를 78㎏으로 유지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체력뿐만 아니라 꾸준한 경기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기록의 사나이’ 김병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자신 있습니다. 하루는 후배 이종호(23)가 저한테 ‘병지 삼촌, 700경기가 아니라 777경기까지 뛰고 은퇴하세요’ 하고 말합디다. 정말 777경기까지 한번 뛰어 볼까요?”

방콕=글·사진 김태현 기자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