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기는 엄마의 심정은 복잡다단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 하는 기색이면 느긋해지고, 그래도 너무 잘 떨어지면 섭섭하고, 신나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신경 쓰이고, 가고 싶지 않아 하면 고민에 빠진다. 이런 와중에 아동학대까지 걱정하게 됐으니 정말 너무하다. 폭력적 학대, 정신적 학대 등 우리 아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CCTV 설치부터 나서겠다는 것도 영 못마땅하다. 이번에 드러난 학대 사례들은 다 CCTV가 있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던 것 아닌가. 어린이집과 우리 집 사이를 갈라놓자는 건가. 선생님과 부모를 서로 감시하게 만들려는 건가.
게다가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전업맘, 취업맘을 분열시키는 자체가 또 다른 폭력임을 왜 모르는가. 불필요하다니? 이것이 무상보육 ‘누리과정’을 강조하고 ‘경단녀(경력 단절된 여성)의 복귀’를 적극 지원하겠다던 정부의 태도란 말인가.
아이 키우기에 관해서라면 섣불리 또한 재빨리 문제를 없애려는 태도는 절대로 안 된다. 효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성의와 일관된 원칙으로 서로 지킬 수 있는 방식을 끈기 있게 실천하는 것만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유학 중 가장 고마웠던 공공서비스가 육아였다. 두 살부터 여섯 살까지의 큰아이는 정말 행복했다. 모든 어린이집에 여러 공공 지원이 있고 부모한테 눈치 주는 일이나 아이들 차별은 없었다. 항상 마음껏 노는 분위기였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에서의 작은아이 키우기는 두 살부터 여섯 살까지 주변에 신경 쓰느라 항상 힘들었다.
보육의 근본정신을 생각하자.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성을 익히고 키우는 이 시간을 축복하자. 선생님들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게 하라.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미래 가능성을 키우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게 하자. 선생님들 간의 네트워킹을 가능케 하라. 아이들이 어울려 맘껏 놀고 실수하고 또 배우게 하자.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음가짐을 우리 부모와 선생님들이 같이 공유하고 또 실천해보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음가짐
입력 2015-01-26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