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 혈류 역방향일 땐 약물치료가 낫다

입력 2015-01-27 00:11

초 응급수술이 필요한 대동맥박리도 혈류와 반대 방향으로 발생했을 경우엔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송재관 교수와 흉부외과 주석중·김준범(사진 왼쪽부터) 교수팀이 피가 도는 방향 반대쪽(혈류 역방향)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수술보다는 약물치료가 생명을 구하는데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송 교수팀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역방향 대동맥박리 환자 49명을 약물치료 및 수술 그룹으로 나눈 다음 5년 생존율을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약물치료를 받은 16명은 모두 5년 이상 생존한 반면 수술 그룹(33명)의 5년 생존율은 81.2%에 그쳤다. 역방향 대동맥박리의 경우 수술보다는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송 교수는 “대동맥박리가 발생했을 때 혈류가 안정적이며 대동맥의 내막과 중막 사이 내강이 혈전(핏덩어리)으로 가득 차 있고, 특히 심장과 가까운 상행대동맥의 지름이 5.5㎝ 미만일 경우엔 약물치료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대동맥박리는 심장과 연결돼 우리 몸 곳곳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내벽이 찢어져 혈액이 원래 흘러야 하는 통로(대동맥 진강)뿐 아니라 내막과 중막의 분리로 새로 생긴 공간(가성 내강)에도 흐르는 병이다. 가성 내강이 혈류 반대 방향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역방향 대동맥박리다.

이 경우 치료는 대동맥박리가 일어난 위치에 따라 다르다. 심장과 가까운 상행대동맥이 찢어졌을 때는 수술을, 반대로 복부 쪽으로 뻗은 하행대동맥이 찢어졌을 때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이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역방향 대동맥박리의 경우 지금까지 어떤 처방이 더 좋은지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송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써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