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설맹증(雪盲症) 아시나요

입력 2015-01-27 01:12
최태훈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
최근 강원도 영동지역에 눈이 많이 오자 설악산이나 태백산을 찾는 등산객과 스키장을 찾아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덩달아 뜻밖의 부상을 당해 낭패를 겪는 이들도 많아졌다.

등산이나 스키처럼 야외에서 활동하는 겨울 스포츠는 크고 작은 부상 위험이 늘 따른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눈 부상’이다. 낙상으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찰과상을 입었을 때처럼 사고현장에서는 부상 정도를 금방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햇볕이 강렬한 여름철에는 누구나 자외선 차단에 많은 신경을 쓴다. 선글라스를 자연스럽게 착용한다. 하지만 겨울철도 선글라스가 여름 못잖게 필요하다.

스키장이나 산에 쌓인 흰 눈은 햇볕 속 자외선을 그대로 반사해 눈 건강에 치명적이다. 흰 눈은 아스팔트나 흙길 등 일반 지표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외선을 반사한다.

흰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어떤 자외선 방어대책도 없이 장시간 야외활동을 할 때 생기는 안질환이 ‘설맹증’이다. 눈에 반사된 자외선이 각막을 손상시켜 염증과 함께 통증을 일으키면서 시력까지 떨어트리는 병이다.

스키장에서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고 장시간 스키를 타거나 눈꽃이 핀 설경을 보기 위해 맨눈으로 겨울산을 오를 때 설맹증 위험에 노출된다. 만약 겨울 산 설경을 즐기던 중 갑자기 눈이 시리고 눈물이 많아져 사물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졌다면 설맹증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눈이 부시고 아파서 눈물이 나며 눈을 뜨기 힘들어지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손상된 각막으로 세균이 2차적으로 침투, 염증을 일으키면 각막궤양과 같은 심각한 안질환으로 발전해 실명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역시 선글라스 착용이 가장 좋다. 단 너무 짙은 색의 렌즈는 동공을 키우고 되레 자외선 유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피해야 한다. 렌즈 색상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눈동자가 들여다보일 정도가 알맞다. 자외선 차단과 더불어 바람까지 막아주는 고글 형태의 선글라스가 권장된다.

겨울철에는 방학기간이 길어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학생이 많다. 시력교정수술을 받았다면, 당분간 가족과 함께 겨울 산이나 스키장 가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후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각막혼탁 등으로 인해 시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훈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