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가명·69·여)씨는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말기 퇴행성관절염을 극복한 환자다.
박씨는 6∼7년 전 무릎 통증을 처음 느꼈다. 하지만 마땅한 치료를 받지 않고 파스를 붙이는 정도로 버티다 말기 상태에 이르렀다. 발병 초기만 해도 무릎에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을 하면 금세 통증이 가시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무릎 통증은 낫기는커녕 계속 심해졌다.
급기야 다리가 ‘O’자 모양으로 휘고 통증도 심해 ‘앉은뱅이’ 처지가 돼서야 병원을 찾았다. 그런 박씨에게 의사는 말기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 외엔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박씨는 최근 고령자에게 인기가 있는 3D 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택했다. 나이가 많아 큰 수술이 부담스러운데다 수술 후 혹시 나타날지 모를 합병증도 걱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3D 프린터식 맞춤형 인공관절 삽입 수술을 하면 기존 수술보다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고, 수술시간 단축으로 부담이 한결 덜하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박씨는 말기 퇴행성관절염으로 휘었던 다리가 곧게 펴졌고 무릎 통증도 거의 없다.
박씨는 “그동안 재활운동을 통해 무릎 주변 근력을 많이 키운 덕분에 일상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말기 퇴행성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수단인 인공관절 수술이 3D 프린터 기술을 업고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3D 프린터 활용으로 인공관절 자체 수명이 5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수술 안전성도 한층 높아졌다.
강남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허동범 과장은 26일 “뼈를 자르고 깎는 수술이 대부분인 정형외과 수술에 3D 프린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2009년 미국, 2010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3D 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도입으로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을 인공 세라믹이나 금속성 소재의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이다. 주로 65세 이상 고령의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권고된다. 3D 프린터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란 이 수술에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수술 전 입체적으로 환자의 관절 모양에 맞춰 본을 뜬 관절모형을 바탕으로 인공관절을 제자리에 정교하게 넣어주는 수술을 가리킨다. 의료계는 지금까지 이 수술이 전 세계적으로 약 4만건 정도 시술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을 절개해 관절을 개방한 다음에야 환자의 무릎관절의 모양과 구조를 정확하게 살필 수 있었다. 따라서 사전에 예측했던 무릎 모양과 손상 정도가 실제와 다를 경우 무릎을 절개한 상태에서 인공관절을 앉힐 자리를 다시 계측하고 양쪽 뼈를 더 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인공관절을 삽입할 위치를 잡기 위해 인대, 근육, 힘줄 등 주변 연부조직을 손상시킬 우려가 높았고 수술시간이 길어져 폐부종, 하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았다.
인공관절 수술에 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우려와 위험이 사라진다. 수술 전 미리 재현한 3차원 이미지를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 모양과 중심축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수술계획을 세워 그대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중에도 3D 프린터로 미리 제작한 맞춤형 수술도구를 이용, 다듬을 조직의 위치와 각도를 정확하게 잡아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인공관절을 넣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고용곤 강남연세사랑병원장은 “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수술 후 이물감이 적어 보다 자연스러운 관절운동이 가능하고, 그만큼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며 “게다가 하지정렬을 정확하게 맞춰 인공관절 수명도 5년 이상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관절 ‘신통방통’
입력 2015-01-27 02:10 수정 2015-01-27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