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다고… ‘배뇨장애’ 쉬쉬하다간 큰일납니다!

입력 2015-01-27 00:04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가 인체 비뇨생식기 모형을 들고 복압성 요실금 증상을 호소하는 한 중년여성에게 배뇨장애 개선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방광에 소변이 얼마나 차 있는지 알아보는 배뇨장애 관련 잔뇨검사 모습.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나이든 사람을 괴롭히는 병은 치매, 파킨슨, 뇌졸중 같은 뇌질환이나 퇴행성관절염뿐이 아니다. 밤잠을 빼앗아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특히 심해지는 배뇨장애도 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은 최근 비뇨기과 김재식 교수팀이 경기도 양평군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76%, 남성의 47%가 요실금과 전립선비대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요실금과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층에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배뇨장애 질환이다.

배뇨장애 발생빈도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배뇨장애를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겪는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데다 비뇨기과 방문도 창피하다고 꺼리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요실금이 있으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속옷을 적시는 일이 빈번해진다. 하지만 스스로 부끄럽고, 남에게 알리기는 더 민망하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일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톨릭관동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배뇨장애를 수반하는 비뇨기질환은 남녀 모두 쉬쉬 감추지 말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치료를 미루면 양질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 배뇨장애는 크게 복압성(긴장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으로 나뉜다. 복압성 요실금이 있는 여성은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도 속옷을 적시는 등 일상생활에서 실수가 잦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해 조기치료가 필수다. 복압성 요실금은 보통 40대부터 시작된다. 자연분만 경험과 비만, 비뇨기의 퇴행성변화가 원인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무슨 일인지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과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방광이 꽉 찬 듯이 느껴지고 화장실도 자주 찾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른바 과민성방광 증상이다.

복압성 요실금은 ‘중부 요도슬링(요도를 받쳐주는 테이프 삽입술)’ 시술로 치료하고,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의 민감도를 떨어트리는 약물로 치료한다.

남성에게만 생기는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며 전립선 조직이 비대해지고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딱딱하게 굳은 전립선이 소변이 배출되는 길인 요도를 압박하기 때문에 소변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배뇨곤란 증상은 주로 50세 이후부터 시작된다.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를 비롯해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소변을 볼 수 없는 복압배뇨, 소변줄기가 가늘어지는 세뇨, 밤에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봐야 하는 야간뇨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날씨가 추워지거나 이뇨제를 복용했을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방광염이나 방광결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고, 심지어 소변이 신장 쪽으로 역류해 신부전을 합병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잔뇨 및 요속 측정검사, 초음파검사, 방광경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검사결과 가볍다면 약물치료, 심할 때는 요도 쪽으로 내시경을 밀어 넣고 요도를 압박하는 전립선 조직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연령이 아주 높은 경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은 수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도뇨관을 방광에 연결하는 시술을 한다. 배뇨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선 한 곳에 장시간 앉아있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또 기름진 음식이나 술, 담배, 커피를 삼가고 과일이나 토마토, 마늘 등과 같은 채소류를 섭취하면 좋다.

이 교수는 “비만해지면 복압증가로 배뇨장애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늘 적정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소변보기를 오래 참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