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업체 대표 이모(60)씨는 2012년 1월 인천 송도 A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 이모(65)씨에게 ‘검은 돈’을 건넸다. 자신의 회사를 아파트 하자보수업체로 선정해달라며 2500만원을 송금했다. 업체 대표 이씨는 2010년에도 당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던 김모(55)씨에게 500만원을 전달하는 등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결국 A아파트는 이씨의 업체에 하자보수를 맡겼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수공사비용을 부풀리기 위해 대한주택보증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하자 유무·규모 조사 및 공적자금 제공 등에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다. 이미 이씨는 대한주택보증 직원에게 금품 등을 수시로 전달하며 끈을 대고 있었다.
이씨는 실질적 하자보수 비용을 산정하는 원가업체에도 미리 손을 써 놨다. 이씨는 원가산정업체 직원 김모(47)씨에게 1000만원을 주며 하자보수 비용을 높게 잡아줄 것을 청탁했다. 이씨는 하자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공사 직원들에게도 1억50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제공해 입을 막았다. 그렇게 이씨는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부풀린 하자보수비 16억원을 받았다.
아파트 하자보수를 둘러싼 공기업, 보수업체, 입주자 대표 간의 검은 유착 고리가 처음으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유철)는 하자보수업체 대표 이씨를 포함해 대한주택보증 직원, 아파트입주자대표 등 관련자 17명을 뇌물공여 및 배임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하자를 조사하는 대한주택보증 직원 9명 중 4명이 연루됐다.
검찰은 하자보수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대한주택보증의 리베이트 구조가 이미 고착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자보수업체들은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계약 여부, 대한주택보증의 하자 유무·규모 조사 결과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하자를 부풀리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3자 유착으로 인한 하자보수금액이 과다하다며 시공사가 소를 제기, 재감정 결과 50% 가까이 축소된 경우도 있었다. 2000세대 대단지의 B아파트 경우엔 하자보수업체가 하자보수비를 부풀려 43억원을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받아가기도 했다. 결국 하자보수업체는 대한주택보증에서 나오는 공적자금으로 배를 불리고 이 돈은 다시 대한주택보증 직원과 입주자 대표 주머니로 흘러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일단 상위 하자보수업체 6곳에 대한 수사를 마친 검찰은 추가 유착관계가 있는지 살펴본 뒤 다른 업체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보수 업체·주택보증 직원·입주자 대표 아파트 하자보수비 뻥튀기 ‘검은 유착’
입력 2015-01-24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