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교체·청와대 개편] 특보단 옥상옥 우려… 또 검찰 출신·올드보이 우대

입력 2015-01-24 03:47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단행한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대통령 특별보좌관단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다. 신설된 특보단은 해당 분야 전문성을 토대로 정책 조언 및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특보단 운영이 기존 수석들과 업무가 겹치거나 엇박자가 날 경우 ‘옥상옥(屋上屋)’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유명무실한 자리가 될 수도 있어 적절한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통 강화 기대…검찰 우대 및 올드보이 귀환엔 비판론=박 대통령은 민정·안보·홍보·사회문화 등 4개 분야로 1차 특보단을 꾸렸다. 정무특보 등이 추가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특보에 내정된 이명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김대중정부 말기에 검찰총장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총장 시절 김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를 구속하는 등 검찰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2002년 검찰총장 취임 때는 “진정한 무사는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취임사를 남겼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당대 최고의 수사검사”라고 극찬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 연말 문건 파동 등에서 드러난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해이 사태를 바로잡는 역할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검찰 출신 민정특보가 필요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시 11회) 내정자는 김진태(사시 24회) 검찰총장보다 한참 선배이기도 하다.

안보특보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이 내정됐다. 임 내정자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자문위원,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자문위원을 역임한 사이버 분야 전문가다. 국내 각종 해킹사건이나 북한의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사건 등으로 불거진 사이버테러 대응 강화 방안에 대한 정책 조언에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홍보특보에는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을 지낸 신성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사회문화특보에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을 각각 내정했다. 신 내정자와 김 내정자가 신문·방송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필요한 소통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민심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향후 발표될 정무특보의 경우 정치인 발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각종 입법 과제를 원활히 처리하고 당청 관계를 긴밀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야권과 소통할 수 있는 친박(친박근혜) 전·현직 중진 의원이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그동안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특보단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발표 과정에서 “정무특보단 및 추가 특보 인선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해 정무특보가 2명 이상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우 민정수석 중용…주철기 유임, 유일한 원년멤버=우병우 민정수석 내정자는 민정비서관에서 승진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 등 잇따른 혼란 속에서 사후 수습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청와대발(發) 공직기강 해이 논란의 진원지였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견제와 감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우 내정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주임검사였기 때문에 야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 내정자는 신고된 재산이 423억3230만원으로 정부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다. 사시 29회인 우 내정자가 발탁되면서 조만간 단행될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원년 멤버인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물러남에 따라 청와대 수석 원년 멤버 가운데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만 자리를 지키고 모두 교체됐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