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방침은 유로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국내 수출업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3일 “양적완화를 통해 유로존이 안정되고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를 내는 게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신승관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도 “미국이 양적완화에 성공해 경기를 많이 끌어올린 만큼 유럽도 양적완화로 경제가 부양되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등 주력 품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내수 침체로 내구재 수출 비중이 높았던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이 컸던 만큼 양적완화로 인한 반등 효과 역시 클 것이란 전망이다. 내구재 교체 지연에 따른 잠재 수요가 표출되면서 관련 품목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로화 약세 등 환율 변화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도 있다. 대(對)EU 무역수지는 2012년 적자 전환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자동차를 비롯해 화장품, 핸드백 등 고가 품목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했고 EU산 원유 수입도 증가 추세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엔저에 이은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양적완화로 풀린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다른 통화에 대한 원화 강세 현상도 나타날 수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경향이 강할 수 있고, 길게 보면 원화 강세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엔화에 대한 강세가 계속될 경우 제품 간 글로벌 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제품의 타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나 IT 대기업의 경우 유럽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환율 변수로 인한 영향을 덜 받고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기술 우위에 있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환율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더 커진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유럽 지역의 제조업 기반이 살아날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금융 쪽이 우선 영향을 받고 그 다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는 데 짧게는 1·2분기, 길게는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유럽 양적완화 파장] 국내 수출기업엔 어떤 영향 줄까 車·IT ‘호재’… 환율 변화로 무역수지 악화 우려
입력 2015-01-24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