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주식시장 탓에 여유 돈 생긴 직장인이라면 다른 투자처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림은 어떨까. 미술시장은 지난해 경매 거래량이 전년에 비해 35% 느는 등 활기가 돈다. 하지만 처음이라면 두렵다.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때마침 서울옥션은 초보자를 위한 ‘마이 퍼스트 컬렉션’ 경매를 28일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실시한다. K옥션도 150만원 이하 작품 위주의 온라인 경매를 24일부터 내달 3일까지 갖는다.
그림, 투자목적으로도 좋은가
미술품 투자는 주식, 부동산과 달리 즐기며 재산증식을 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금융상품에 비해선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매사의 경우 유찰 작품은 1년 안에 올리지 않거나, 한번 팔린 작품은 6개월 안에 되팔지 않는 게 관행이다. 취득세는 없다. 다만 경매를 이용할 경우 낙찰수수료가 있다(경매사별 10%대).
첫 컬렉션, 얼마 쓰면 좋을까
흔히 연봉의 10%가 적정한 걸로 얘기된다. 전시기획자 김노암씨는 “100만∼200만원 정도라면 취향에 맞춘 작품을 구입하는 게 맞다”며 “투자라면 500만∼1000만원은 지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최윤석 이사는 “처음이 어렵지, 한번 사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담 없는 금액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시홍보마케팅사 이앤아트의 이규현 대표는 “1년에 한 점 정도, 한달 고정 수입의 절반”을 추천했다.
갤러리와 옥션, 어디를 갈까
학고재 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갤러리는 전시회를 통해 같은 작가의 다양한 시기별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 살 때는 갤러리가 유리하다”고 했다. 팔 때는 비딩(bidding·응찰)을 통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경매사를 권했다. 경매사는 작가에 관한 축적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되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환금성과 시장성 있는 일부 작가들만 다루므로 젊은 작가의 소품 위주로 시작하는 초보 컬렉터들이 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은 흠이다. 이 대표는 유명작가의 경우엔 불황일 때 경매에서, 호황일 땐 갤러리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구입 전에 유의점은
온라인 거래를 할 때도 실물은 꼭 보고 사야 한다. 경매 전에 실시하는 프리뷰는 반드시 가야 한다. 경매사 약관에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as it is)’ 출품한다고 돼 있다. 위탁 받은 상태로 작품이 출품되기 때문에 구입 후 손상이 발견돼도 책임은 응찰자에게 있는 것이다. 동일 작가라도 소재나 시기별로 가격이 다르므로 유의해야 한다. 인기 작가 이대원의 경우 다 같은 ‘농원’이지만 필치가 더 힘이 있는 1970, 80년대 작품이 90년대, 2000년대 것보다 비싸다.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맞나
김씨와 이 대표 모두 장기적으로 갈 거라면 ‘사진’ ‘민중미술’ 같은 특정 장르나, 특정 작가 등 테마를 정해 사모으라고 권했다. ‘기획 컬렉션’의 대표 사례는 판화를 중심으로 수집했던 이건창호의 박영주 회장이다. 그가 2000년대 초반 미국 버블 경제 붕괴 때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유명 작가의 판화 원판을 집중 구매한 일화는 미술계에서 유명하다.
장기 컬렉터의 자세는
단골 갤러리에 의존하기보단 규모가 다양한 갤러리, 옥션 등과 입체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공부도 필수다. 샐러리맨 컬렉터인 A씨는 “첫 작품 구입에 십년 쯤 걸렸다. 그 사이 그 작가의 개인전을 세 번쯤 갔고, 전문잡지와 기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무수히 검색했지만 정작 작품 구입에 쓴 돈은 한 달치 월급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마다 갤러리나 미술관 순례를 습관화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도움 주신 분들
김노암 전시기획자 (전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
샐러리맨 컬렉터 A씨(50대)
주식보다 그림… 쌈짓돈 500만원이면 “나도 컬렉터”
입력 2015-01-26 02:44 수정 2015-01-26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