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괴짜 처칠 리더십을 배우자”

입력 2015-01-24 02:21
윈스턴 처칠 서거 5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인 ‘처칠의 과학자들’ 전시회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에서 처칠의 증손자인 랜돌프 처칠이 증조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 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일간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이 22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처칠 서거 5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19일 ‘처칠 워 룸’에서 열린 개막식으로 본격 시작됐다. 23일에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이바지한 과학의 발전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보여주는 전시회 ‘처칠의 과학자들’이 공개됐다.

행사의 절정은 처칠의 국장(國葬) 50주년인 30일이다. 1965년 그의 장례식이 그대로 재현된다. 처칠의 관을 싣고 템스강을 운항했던 하벤고어호를 따라 작은 배들이 의사당(웨스트민스터 궁전)까지 함께 항해하고 이때 타워브리지가 들어 올려진다. 의사당에서 열리는 추도식은 생중계된다. 같은 날 요크셔의 국립철도박물관에서는 런던 워털루역에서 옥스퍼드의 묘지까지 처칠의 시신을 옮겼던 증기기관차 ‘34051 윈스턴 처칠’이 복원돼 공개된다. 아울러 처칠이 1922년부터 살았던 차트웰에서는 처칠의 진귀한 물건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또 처칠의 쏘아 보는 표정이 담긴 우표와 기념주화, 기념품 등도 출시됐다. 기념품 중에는 처칠을 닮은 불독과 처칠이 아꼈던 고양이 ‘조크’의 후손인 조크 4세의 조각상도 있다.

영국인들이 이처럼 성대하게 그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BBC방송은 처칠에 대해 “지난 세기 영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나라를 이끈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다윈 등과 함께 영국인들이 꼽은 ‘가장 위대한 영국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괴짜’로 평가될 만큼 개성이 강했던 그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도 오랜 기간 인기를 끌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처칠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BBC의 제레미 팍스만 기자는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처칠은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독재자였다”면서 “그는 놀라울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지도자였다”고 분석했다. 팍스만 기자는 또 “정치는 (그런) 개성 넘치는 인사들에 의해 활력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냥 찬양일색인 것은 아니다. BBC는 ‘처칠에 관한 10가지 논쟁들’이란 기사를 통해 그에 대한 10가지 논란을 소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1943년 인도 벵골 대기근 당시 인도로 가야 할 호주산 밀 17만t을 유럽 사람들을 위해 비축하게끔 지시해 최소 300만명이 굶어죽는 대참사를 방조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당시가 전쟁 상황이었음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를 옹호하지만 처칠의 전기를 작성한 사람들조차도 “그것은 처칠 인생의 최악의 오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