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라운지에서 작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렸다. 뮤지컬 ‘원스’를 4번 이상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미니콘서트였다. 악기 연주와 노래, 춤까지 배우 스스로 해내야 하는 작품 특성에 걸맞게 ‘원스’의 배우 14명은 이날도 직접 사회를 보고 노래도 하며 관객과 호흡했다. 뮤지컬 넘버 외에 재즈, 팝, 가요 음악 등도 연주하고 노래했다. 단 30명만을 위한 색다른 무대였다.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작품 특성상 일반 대중보다 포크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끌다보니 이들을 위한 맞춤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향후 백스테이지 투어나 장면 설명회 등이 더 마련돼 있다”고 했다.
◇‘재관람 고객’을 잡아야 공연이 산다=일명 회전문 관객(한 공연을 여러 차례 재관람한 관객)을 위한 이벤트가 공연계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스’의 경우 티켓북(2000원)을 구매한 뒤 매 공연 관람 시 도장 한 개씩을 받을 수 있는데 공연 52일째인 지난 23일 기준 150명이 이 티켓북을 구매했다. 총 12번 ‘원스’를 관람하고 도장을 받아간 관객도 있다.
뮤지컬 ‘쓰릴미’ ‘사춘기’ ‘셜록홈즈’ ‘빨래’ 등도 회전문 관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공연 소품을 차용해 흥미를 끄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사춘기’의 경우 주인공이 고등학생, 배경이 학교인 것에서 착안해 재관람 관객들에게 출석부 모양의 카드를 제공한다. 출석부 안에 출석 체크 형식으로 공연 관람 횟수를 표시하게 된다. 그리고 3번 관람한 관객에 2만원 할인권, 6번 관객 50% 할인권, 9번 본 관객에겐 S석(4만4000원 상당), 12번 본 관객에겐 R석(5만5000원 상당) 등을 각각 제공한다.
‘셜록홈즈’는 마니아층을 ‘셜록키언’이라 부르며 이들을 대상으로 색다른 혜택을 주고 있다. 제작사는 2회 이상 관람한 관객에게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이 번호를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셜록키언’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공개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곳에선 출연 배우들의 팬 사인회 참여와 티켓 할인, 비공개 콘텐츠 관람 등의 혜택을 받는다.
창작 뮤지컬 ‘빨래’는 ‘빨래집게’ 행사라 이름 붙였다. 관객에게 빨래집게 모양의 도장을 찍어주고 도장 3개에 50% 할인권, 7개에는 배우 사진과 메시지가 들어있는 즉석사진을 선물한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연극과 뮤지컬에서 재관람 관객을 대상으로 10∼30%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르, 중소형 뮤지컬 관객 잡기에 최적”=뮤지컬을 대중문화로 분류하지만 여전히 협소한 관객층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25일 국내 공연 티켓의 70% 가량을 예매 대행하는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이트를 통해 뮤지컬을 예매한 관객은 320만 명이다. 영화 1편 당 1000만 관객을 웃도는 작품이 한 해에만 서 너 개 등장하는 상황에서 뮤지컬 시장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공연 성패 또한 다수의 대중보다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 ‘킹키부츠’를 제작 중인 CJ E&M 공연부문의 박종환 차장은 “배우를 보기 위해 재관람하는 비율도 있지만 공연 자체를 좋아해 또 오는 관객도 늘고 있다”며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게 만들기 위해 배우나 제작진을 직접 보고 공연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등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키드’ 등을 제작한 설앤컴퍼니 노민지 홍보과장은 “관람객 자체가 한정돼 있는 국내 뮤지컬 시장 특성상 중소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회전문 관객을 잡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흥행 뒤엔 ‘회전문 관객’… 공연계, 보은행사로 특별관리
입력 2015-01-26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