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명훈 일정 임의변경·출연료 기부 부적절”

입력 2015-01-24 02:45

서울시가 특별조사를 통해 정명훈(사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시향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부적절한 행위를 했지만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 감독과 기존 계약을 1년 연장한 시는 특별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향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해 가면서 내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감사관은 시의회에서 특별조사를 요구한 5건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3건에 대해 특별조사한 결과,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시 감사관은 정 감독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향에서 진행한 290여회 공연 중 3건의 일정을 개인사정으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객원지휘자로 빈 국립오페라 공연을 하면서 통영국제음악회, 외부출연음악회 2건 등 3건의 시향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정 감독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미라클 오브 뮤직(MOM)’의 기금 마련 활동은 그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렵지만 출연료를 MOM에 기부하고 자신이 사업자 경비로 공제받은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또 최근 6년간 출연한 48회 외부 공연 가운데 연주회 5회는 박현정 전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지 않아 단원복무내규를 위반했다. MOM이 주최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에 3년간 시향 단원 66명이 참여하고 일부 단원이 MOM에 출연료를 기부한 것도 강제성은 없지만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관은 또 2009년 정 감독의 매니저에게 지급한 항공권(1300만원 상당)을 정 감독의 아들과 며느리가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항공료를 반환 조치하도록 했다. 정 감독 처형의 동창과 정 감독의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다닌 직원을 시향에 채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관은 이에 정 감독의 외부 출연과 겸직, 보수 및 처우 문제 등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요청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정 감독의 부적절한 행위가 일부 확인됐지만 결정적인 하자는 아닌 것 같다”며 “공공기관에 걸맞게 시향이 운영될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을 보완하겠지만 내년 재계약 여부는 아직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현재 1월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프랑스로 출국, 자택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소명했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정 감독과 논의 후 입장을 밝힐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김미나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