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단박에 떠올랐다. 충청권 맹주인 이 후보자는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불린다. 이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 내정으로 JP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그가 JP의 ‘못다 한 꿈’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현실이 된 ‘2PM 총리설’=이 후보자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행정고시 15회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춘 데다 국회의원 3선, 충남도지사를 지낸 정치적 경륜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이 후보자는 사석에서 “공직생활 20년, 정치생활 20년을 합쳐 40년을 입법·행정부에서 일했다”고 말하곤 했다.
충청권(충남 청양)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재상 자리에 기용한 것은 충청권 민심을 잡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영남권 인사독식 문제가 이 후보자의 전격 발탁으로 조금은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이 후보자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원조 친박이 아닌 범박(汎朴)이었던 이 후보자는 지난해 5월 경선을 거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원내대표에 추대됐다. 그는 당청 간의 미묘한 갈등을 물밑에서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역할’에 충실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이완구 총리설’과 ‘2PM’ 얘기가 나돈 이유다. 2PM은 이 후보자의 성(姓)과 총리(Prime Minister)의 영문 철자를 합친 조어로 ‘이완구 총리’를 지칭한다.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로 수직 상승…하지만 난제 산적=여권 내부의 권력지형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금까지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앞서 가는 상황에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이 추격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수직 상승으로 새로운 판이 짜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충청권이라는 고정표에다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 후보자가 ‘다크호스 단계’를 뛰어넘어 곧장 유력 후보자 반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무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앞에는 비단길만 깔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눈앞에 놓인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한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그야말로 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통 총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날선 비난이 예상된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으로 무너진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일도 시급하다.
◇지명 후 첫 일정은 야당 방문=이 후보자는 오전 10시 지명 사실을 TV로 지켜본 후 짤막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찾았다.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에 만났다.
문 비대위원장은 “청문회에 합격하면 예행연습 필요 없이 바로 총리역할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대통령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지, ‘각하’라고만 하면 안 된다”고 뼈있는 조언을 던졌다.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에서 ‘각하’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던 일을 꼬집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할 계획이다.
◇세종시 수정안 반발해 충남도지사직 던져=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던 그는 치안 분야로 자리를 옮겨 최연소(31세) 경찰서장과 충남·충북경찰청장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LA영사관의 주재관 근무 등 해외에서도 7년간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해 2009년 12월 충남도지사에서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충청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다.
2012년 1월 다발성골수종 판정을 받아 골수이식 수술과 항암치료를 통해 병마를 극복했다. 이 후보자는 “생사의 고비를 겪으며 인생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술회하곤 했다. 큰아들 결혼, 부친과 장모 별세 등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치르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총리 교체·청와대 개편] 이완구 총리 후보자, 충청 맹주서 잠룡으로… ‘포스트 JP’ 넘어서나
입력 2015-01-24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