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완구 후보자, 총리의 존재감부터 되찾아야

입력 2015-01-24 17:49
박근혜 대통령의 새 국무총리 인선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춘 데다 정치력까지 검증받았다.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하는 데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 현 정부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총리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유임설이 나돌았던 정홍원 총리를 예상보다 빨리 교체한 것도 흉흉한 민심을 감안해 볼 때 잘한 일이다.

우리나라 총리는 참으로 애매한 자리다. 인사권과 예산권도 없이 행정 각부를 지휘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수많은 총리가 거쳐 갔지만 대부분 방탄총리 아니면 의전총리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노태우정부 때 강영훈 총리, 김영삼정부 때 이회창 총리, 김대중정부 때 김종필 총리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가 어떤 총리가 될 것인지는 본인하기 나름이다.

그가 기자들에게 밝힌 포부 네 가지는 하나같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 국민·야당과 소통하는 총리,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총리,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총리가 그것이다. 헌법이 규정한 총리의 대통령 보좌 의무를 고려할 때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박 대통령에게 취약한 부분을 이 후보자가 적절히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직언과 국민·야당과의 소통 강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다.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아 내각을 제대로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이런 생각을 소신껏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강영훈 총리는 재임 2년 내내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녔으며, 이회창 총리는 대통령과 맞서다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 옳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주장을 과감히 꺾을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그것을 대통령에게 직을 걸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이 후보자에게 그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정국에 대한 인식 변화,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 편중인사 시정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총리가 역량을 발휘한다 해도 대통령이 가슴을 열지 않으면 국정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국무총리 및 여당 대표와의 주례회동을 정례화하길 권한다. 경제회생, 국정개혁, 통일준비를 위해 국민의 뜻을 한데 모으려면 대통령부터 내각, 여당 최고 책임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