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은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은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우종(85) 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83)씨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았다면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일체에 대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보상금을 지급받기로 동의했다면 국가와 일종의 합의를 한 것이어서 위자료 소송을 별도로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취지다.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2항에 따른 판단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으로 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터에 대법원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와도 소급 적용은 안 되기 때문에 위헌 법률로 인해 위자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단은 앞선 항소심 결론과도 반대다. 서울고법은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보전해 주는 ‘배상’과 국가의 합법적 행위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보상’은 개념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이 지급받은 ‘보상금’과는 별개로 ‘배상금’ 개념인 총 6억9600여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김씨 등은 1974년 유신헌법 반대 성명을 냈다가 국군보안사령부에 불법 체포돼 고문 끝에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지만 2011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민주화운동 보상금 받았다면 별도 손해배상 청구 못해”
입력 2015-01-24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