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단행한 청와대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정기획수석실을 정책조정수석실로 바꾸고, 특보단을 신설한 것에 있다. 전문가 집단을 특보단에 기용하는 등 나름대로 인선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긴 하나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청와대 쇄신론에 불을 댕긴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문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화(禍)의 뿌리는 그대로 놔둔 채 가지치기만 한 셈이다.
잇따른 인사 참사와 청와대 문건 파문 등으로 교체 0순위로 거론되던 김기춘 비서실장을 ‘시한부’ 유임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으로 김 실장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아닌가.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체를 시사한 마당에 “청와대 조직개편이 완전히 마무리가 안 돼 할 일이 더 남았다”는 홍보수석의 설명은 군색하다. 숨긴다고 해서 빈약한 인사 풀의 한계 때문이라는 사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거취는 일부 자리바꿈으로 정리됐다. 제2부속실이 폐지되면서 안봉근 비서관이 홍보수석실로 이동하고,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현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연말 온 나라를 들었다 놓은 의혹의 당사자들에게 내려진 조치는 이 비서관의 인사위원회 참석 금지와 안 비서관의 보직 이동이 전부다.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순 없을지 몰라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게 순리다.
특보단이 하나같이 기존 수석들과 업무가 겹치는 것도 문제다. 도대체 특보단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번에 임명된 민정·안보·홍보·사회특보와 조만간 임명 예정인 정무특보는 기존 청와대 수석들과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역할도 모호한 특보단 몇 명 임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 쇄신이라 하기가 민망하다. 더욱이 바꿔야 할 사람은 그대로 놔둔 채 단행한 청와대 개편은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설] 특보 몇 명 임명으로 청와대 쇄신 말할 수 있나
입력 2015-01-24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