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펜홀더 그립이 마침내 국가대표급에서 사라졌다.
지난 21일부터 충북 단양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5 탁구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43명의 선수(남23명, 여20명) 가운데 라켓의 한 면만 사용하는 단면 펜홀더 그립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셰이크핸드 선수들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서도 펜홀더 선수들이 매년 몇 명씩 최종 선발전에 나섰는데 올해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탁구는 라켓을 잡는 손 모양새에 따라 펜을 잡는 형태인 펜홀더 그립과 악수하는 형태인 셰이크핸드 그립 선수로 나뉜다. 셰이크핸드 그립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과거 한국탁구를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유남규, 유승민. 현정화, 양영자 등은 모두 펜홀더 그립 선수였다. 펜홀더는 오른쪽 공격력은 막강하지만 가운데 공격과 백핸드쪽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면서 국내 선수들도 2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던 셰이크핸드 쪽으로 전향했다. 국내 선수가운데서도 정상급인 이정우, 김태훈과 이번 최종선발전에 기권한 이은희 등은 여전히 펜홀더 선수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최종선발전에 나오지 않으면서 사상 최초로 셰이크핸드 선수들로만 대표선발전을 치르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펜홀더 전형이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펜홀더 그립은 초보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과거 펜홀더가 유행했을 당시 탁구를 처음 배웠던 동호인들 다수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홀더 선수들이 사라지면서 테이블 끝에 바짝 붙어서 날카로운 공격을 해대던 전진속공형 선수들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유남규 등 과거 중국을 꺾고 세계를 제패했던 선수들의 전광석화 같은 속공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신 백사이드 쪽에 강점을 갖고 있는 셰이크핸드 선수들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격을 하거나, 수비형 탁구가 늘면서 경기가 풍성해진 측면도 있다.
단양=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탁구, 펜홀더(단면 사용 라켓) 사라졌다
입력 2015-01-24 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