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사역 동반자… 하나님의 일 부창부수”

입력 2015-01-26 01:47
원종문 열린복지랜드 이사장(왼쪽)과 김희신 예장통합피어선 총회장이 지난 13일 미국 뉴욕성결교회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통일 뉴욕포럼’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포럼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교단 총회장 자리를 부부가 번갈아 맡았다. 한국교회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신앙과 한국교회에 대한 사랑이 어느 부부보다 두터운 이들의 인생 후반기 목표는 하나다. 바로 통일사역이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한반도평화통일포럼에 참가한 부부 목회자 원종문(69) 열린복지랜드 이사장과 김희신(57)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피어선 총회장을 만났다. 원 이사장은 예장통합피어선 17∼18대 총회장(2008∼2010년)을 지냈고, 김 총회장(21∼22대)은 오는 9월까지 총회를 이끈다.

원 이사장과 김 총회장은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세기총)가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 각각 세기총 공동회장과 부회장 자격으로 합심기도를 바쳤다. 김 총회장의 기도주제인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선교를 위하여’는 이들 부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가 통일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원 이사장이 목사 안수를 받은 1999년부터다. 원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해 민족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직장과 사업에 전념했던 젊은 시절에는 바빠서 잊고 넘어갔다. 가난한 자를 섬긴 예수의 삶을 따르는 목회자가 되고부터 북녘동포돕기에 본격 나섰다. 중국에서 대북 옥수수지원 사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이후 열린기독포럼(현 통일종교포럼)을 만든 뒤 다방면으로 대북지원에 앞장섰다. 특히 금강산 인근 고성 마을에 의류와 의약품 등을 집중 지원했다. 원 이사장은 2000년대 들어서만 40∼50차례 방북했다.

원 이사장의 방북 활동을 지켜본 김 총회장도 남편의 사역에 기꺼이 동참했다. “고성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갔을 때 보초를 서는 10대 소년병을 봤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여건을 본 뒤 북한돕기사업이 정말 소중하구나 하고 생각했죠.”(김 총회장)

이들 부부의 계속된 북한 접촉과 지원은 북 당국의 마음도 움직였다. 민감할 수 있는 지원물품 분배 모니터링 작업 요구에도 순순히 응해줬다. 이들 부부가 고성 마을에서 기도를 드릴 때는 일부 북 관계자가 ‘아멘’ 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진심어린 헌신이 이뤄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방북 길은 끊겼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보수층에서는 갖다 퍼준다고 반대하는데 대북지원은 통일을 원만하게 만들기 위한 축적입니다. 대북지원이 계속 됐다면 남북관계와 북한선교는 놀라울 만큼 진전됐을 겁니다.”

물론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총회의 중국 훈춘지역 선교사들을 통해 북한 국수공장 건립을 지원했으며 북한 접촉이 더 자유로운 미국 시민권자들이 있는 세기총 활동에도 관여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남북관계 해빙 조짐이 보이자 한국교회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회가 추진하는 ‘녹색한반도 통일화합나무 8000만 그루 심기 범국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원 이사장은 가시밭길 같은 통일사역에 함께 나서준 김 총회장에게 한없이 큰 고마움을 느낀다. 원 이사장은 “김 총회장은 통일운동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나를 목회의 길로 들어서게 하고 나보다 먼저 목사가 된 신앙의 스승이자 선배”라고 치켜세웠다.

믿었던 지인들에게 사기당하고 사업이 잘 안돼 실의에 빠져있을 때 주님 영접을 도운 이가 지금의 아내였다고 한다. 이후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같은 총회에서 아내와 총회장을 번갈아 맡으며 교단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포럼을 마친 지난 13일 부부는 숙소에서 관련 자료를 보며 한국교회의 대북지원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하나님의 손길은 작은 자에게 항상 가 있습니다. 예수 믿는 우리가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기독인이 계속 도우면 복음적 통일은 순식간에 올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이 일을 놓지 않을 겁니다.”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뉴욕=글·사진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