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규정한 ‘그 나라 전체가구 소득 중간값의 50∼150%에 해당하는 소득계층’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빚 없이 30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소득 500만원 정도, 자동차는 2000㏄급 이상, 1년에 해외여행 1회 다니는 사람이 중산층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많이 무너졌다. 특히 미국은 80년대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레이건정부 이후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버블이 걷히면서 중산층이 크게 얇아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율은 2009년 47.4%에서 2011년 42.4%, 2012년 41.3%로 3년 만에 6.1% 포인트 줄었다. 중산층 비중이 감소하면서 소득계층 구조가 중간 부분이 두꺼운 ‘마름모형’에서 ‘원통형’으로 악화됐다. 소득 격차 확대는 빈곤의 고착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경제 발전의 큰 걸림돌이다.
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사회 안정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계층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중산층 경제학(Middle class economics)’을 키워드로 들고 나온 것도 미국의 중산층 붕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중산층 복원의 수단으로 부자 증세를 내세웠다. 중산층의 무상교육과 보육, 복지를 위해 부자들에게 상속세와 자본이득세 등을 더 걷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도 늘 중산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 심지어 서민층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 나라살림에 쓰겠다는 점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긴 중산층 복원의 요체인 ‘경제 민주화’ 대선 공약마저 슬그머니 사라졌으니 뭘 더 기대하겠나.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오바마의 중산층 경제학
입력 2015-01-2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