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사랑하던 그 청년은 의사가 되어 알츠하이머병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그는 환자들이 치매의 나락 속에서도 절실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사랑은 환자들에게 유일한 언어였다. 그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통해 ‘주는 사랑’에 대해 깊이 깨닫는다. 그리고 의과대학 교수가 되어 ‘주는 사랑’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는 진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2000년 어느 날, 그는 ‘오직 사랑만을 깊이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하자’는 템플턴재단의 요청을 받는다. ‘주는 사랑’의 효과를 탐구하는 최고급 수준의 과학연구소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2001년 스티븐 포스트 교수의 ‘한없는 사랑(unlimited love) 연구소’가 세워진다. 이 연구소는 많은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주는 사랑’의 영향력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를 주관하고 있다. 그 결과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해야 할 정도로 놀라운 것들이 많다. 이제 ‘사랑이란 받는 사람에게 행복을 줄 뿐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유익을 준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포스트 교수는 “아스피린이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아스피린보다 두 배나 더 효능이 높은 약을 발견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치료제입니다. 사랑을 캡슐에 넣어 팔 수 있다면, 제약회사들은 획기적인 신약이 출시되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의사가 환자에게 약과 함께 ‘너그러움과 친절’을 처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는 사랑’이 가져오는 행복감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한다. 마라토너들이 느끼는 쾌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사랑을 실천할 때에 헬퍼스 하이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에도 반복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앨런 룩스의 연구를 보면 도움을 베푼 사람들의 50%는 매우 기분이 좋았으며, 43%는 활기와 에너지를 느꼈고, 15%는 통증과 고통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헬퍼스 하이는 구체적으로 행복호르몬이 정상치의 3배까지 올라가고,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불면증과 만성통증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나타나며, 장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되고 있다.
자녀를 둔 354가정의 부모들을 연구해 보니, 자녀사랑과 뇌신경이 구조적으로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이미 ‘주는 사랑’에 대한 보상이 뇌에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다. 헬퍼스 하이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과학이 입증해준 것이다.
하버드대 의료진의 연구에 의하면, 자원봉사를 한 학생들과 슈바이처 영화를 본 학생들의 면역력 수치가 일제히 높게 나타났다. ‘주는 사랑’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퍼스 하이를 ‘슈바이처 효과’라고도 한다. 물론 슈바이처는 당시에는 놀라운 나이인 91세까지 장수했다.
이미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1:27, 2:15,16,26)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시인 박노해는 그의 시 ‘나눔의 신비’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벌들이 꽃에 앉아 꿀을 따간다고/그 꽃이 시들어 가는 건 아니다/내 미소를 너의 입술에 옮겨준다고/내 기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빛은 나누어 줄수록 더 밝아지고/꽃은 꿀을 내줄수록 결실을 맺어/미소는 번질수록 더 아름답다/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면/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고/자신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시간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김종환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환 칼럼] 아스피린보다 뛰어난 심장병 예방약
입력 2015-01-24 01:33 수정 2015-01-24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