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표면적은 5억1000만㎢이다. 이 중 71%는 물로 덮여 있다. 지구가 물을 품었음이 분명한데 물이 지구를 보듬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물의 양이 14억㎦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중 97.5%는 짠물이고 나머지가 민물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하천이나 강 같은 지표수는 0.3%에 불과하다. 이는 강과 하천이 극히 제한적인 자연자산임을 보여준다. 한정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모든 생물종의 10% 그리고 척추동물의 35%가 담수에 서식한다.
이렇게 다양한 수중생물은 어떻게 물이 어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온도에 따라 독특하게 변화하는 물의 밀도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 물질은 고체에서 액체를 거쳐 기체로 변하면 밀도가 감소한다. 즉, 질량 대비 부피가 커지면서 가벼워진다. 물은 온도가 낮아지면서 밀도가 증가하다가 섭씨 4도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나타내고 물이 얼기 시작하는 0도에서는 밀도가 8.3% 정도 작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밀도가 낮은 얼음은 물 위에 뜨게 된다. 얼음의 부피가 4도의 물보다 큰 이유는 얼음이 육각형의 기본구조를 이루면서 가운데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얼음은 항상 물 위쪽에 위치하게 되고 물 표면을 덮게 된다. 위에서부터 아래 방향으로 두께를 더해가는 얼음은 하천이나 호수를 덮게 된다. 이는 마치 비닐하우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얼음 아래의 물이 0도 이상으로 유지되게 한다. 이로써 물속 생물의 은혜로운 겨울나기가 허락된다.
고체 상태인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더 높다면 물도 밑에서부터 얼게 될 것이다. 결국 밑바닥에 얼음이 채워지면서 물속 생물들은 물표면 쪽으로 몰리게 되고 얼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상 최초 생명체를 발생시킨 물은 현재에도 생명체가 가혹한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신비한 능력을 제공한다. 물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한 물질인 동시에 최고의 자애로움을 품은 자연자산이라 할 것이다.
강원도 화천에서는 산천어축제가 한창이다. 방송이 전해주는 얼음낚시터의 남녀노소 모두 행복함이 가득해 보인다. 수중생물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얼음판이 인간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이 지닌 생태서비스가 참으로 다양함을 말해준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말한 노자는 유연한 상태인 4도에서 가장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물의 신비를 터득했던 것은 아닐까. 유연하되 확고한 인성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부드러우나 강한 물질
입력 2015-01-2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