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서위조 카페를 통해 5만원권 위조지폐 1억원어치를 구입해 사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들어간 비용은 단돈 80만원. 구매 과정 역시 너무 간단했다.
전북 전주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 허모(34)씨는 이달 초 채무자 정모(48)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위조지폐 1억원어치를 만들어오면 빚 2300만원을 갚고 제작비용으로 250만원까지 주겠다”는 것이었다. 허씨는 평소 문서위조 사이트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같은 조직원 박모(34)씨에게 이 사정을 설명했다.
이후 이들은 문조위조 전문가인 심모(40)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문서위조 카페에 가입했다. 지난 8일 위조지폐 제작을 의뢰하자 엿새 만에 ‘물건’이 도착했다. 3종류의 일련번호로 인쇄된 5만원권 2012장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정교했다.
이를 건네받은 정씨는 평소 거래하던 금은방을 찾아가 주인 A씨(73)에게 “사정이 있어 이 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담보로 잡고 3000만원만 빌려 달라. 사흘 안에 오지 않으면 모두 가져도 좋다”고 제안했다. 고령인 A씨는 위조 여부를 구분해 내지 못했고 돈을 내줬다. 그러나 A씨는 현금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다는 것이 이상해 다음날 다시 꼼꼼히 살펴 위조지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관련자 4명을 차례로 붙잡아 22일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통화위조 행사 등)로 정씨를 구속하고, 위조지폐를 제작한 심씨와 이를 의뢰한 허씨, 박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지폐를 비롯해 은행 대출 관련 문서위조와 판매가 인터넷상에서 쉽게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압수한 심씨의 장부를 분석해 문서위조를 의뢰한 사람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5만원권 1억어치를 80만원에… 위조지폐도 파는 인터넷 카페
입력 2015-01-2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