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주 아시안컵] 孫… 孫… 두 손 든 우즈벡

입력 2015-01-23 04:20
한국 축구 대표팀의 왼쪽 날개 공격수 손흥민(아래)이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 연장 후반 추가골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차두리의 축하를 받고 있다. 륲륳

‘손날두’ 손흥민(23·레버쿠젠)의 진가가 그대로 나타난 경기였다. 오랫동안 침묵했던 손흥민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손흥민은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연장 전반 13분 팽팽한 ‘0’의 행진을 깨는 헤딩골을 넣은 데 이어 연장 후반 14분에는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넣어 한국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당초 아시안컵에서 출전자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은 선수로 주목받았다. 이에 득점왕 후보로도 손꼽혔다. 그런데 조별리그에선 상대 팀 집중 견제 때문에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조별리그 초반 감기 증세로 컨디션 난조까지 겹치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대표팀 공격진에서 오른쪽 윙어 이청용(27·볼턴)과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26·마인츠)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남태희(24·레퀴야), 이근호(30·엘 자이시), 차두리(35·FC 서울) 등과 호흡을 맞춰 골 망을 흔들 수 있는 선수로는 대표팀에서 손흥민 혼자만 남게 됐다.

이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대동해 선발 출전을 예고했고,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반 초반부터 왼쪽 날개로 나서 공격을 주도했다. 결국 한방이 필요한 연장전에서 두 골을 몰아넣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한국 축구의 3회 연속 아시안컵 4강 진출을 결정하는 골로도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도 8강전을 통해 대표팀에서의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손흥민은 소속팀인 레버쿠젠에선 화끈한 골 결정력을 과시했지만 태극 유니폼만 입으면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것은 2014년 6월 치러진 알제리와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A매치 10경기 연속 무득점의 수렁에도 빠졌다. 결국 손흥민은 8강전 골로 대표팀과 자신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손흥민은 “나는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라며 “첫 골의 경우 김진수(23·호펜하임)가 크로스를 기가 막히게 올려줬다. 두 번째 골은 차두리 형이 말할 수 없이 깔끔하게 (패스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기가 정말 심했는데 내 몸이 버텨준 것이 다행”이라며 “골이 터지면서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4강에) 누가 와도 상관없다. 우리가 할 것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면서 “지금까지 네 경기 치르면서 손흥민의 장기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더 나은 경기력을 주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