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최승희 무용영상 ‘그로테스크’ 공개

입력 2015-01-23 03:49
1926년 10월 3일 일본 도쿄 미스코시백화점 옥상에서 최승희(왼쪽)가 3인무 ‘그로테스크’를 추고 있다. 연낙재 제공

20세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 최승희의 춤추는 모습이 담긴 가장 오래된 영상이 공개됐다.

춤자료관 연낙재와 한국춤문화유산연구학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낙재에서 ‘최승희 최고(最古) 무용영상 발굴의 의미와 그 미적 기원’이라는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최승희의 ‘그로테스크’와 스승 이시이 바쿠(石井漠)의 ‘마스크’ 등 총 8분짜리 두 편이다. 영상에는 1926년 10월 3일 15세였던 최승희가 이시이바쿠무용단의 일원으로 이시이 에이코, 이시이 요시코와 함께 3인무 ‘그로테스크’를 공연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무용계에선 이 영상을 현존하는 최승희 무용영상 중 가장 오래된 기록물로 보고 있다. 동시녹음이 안 돼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로테스크’를 소개하는 자막을 보면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음악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상은 최승희가 1926년 3월 21일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의 공연을 접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 뒤 7개월 만에 무용단 주요 댄서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도쿄 미쓰코시백화점 옥상에서 열린 ‘파테 베비 촬영회’에서의 공연을 시미즈 신이치(1889∼1986)가 촬영한 것이다. 현재 시즈오카현 시마다 시립도서관의 ‘시미즈 문고’에 소장돼 있다.

영상 공개에 앞서 남도현 문화평론가와 윤지현 연낙재 연구위원,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영상과 관련해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 영상이 독일의 표현주의가 아시아로 넘어와 어떻게 재해석됐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영상을 발견한 성 교수는 “최승희의 무용인생 초기를 연구하는 데 긴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