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 최승희의 춤추는 모습이 담긴 가장 오래된 영상이 공개됐다.
춤자료관 연낙재와 한국춤문화유산연구학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낙재에서 ‘최승희 최고(最古) 무용영상 발굴의 의미와 그 미적 기원’이라는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최승희의 ‘그로테스크’와 스승 이시이 바쿠(石井漠)의 ‘마스크’ 등 총 8분짜리 두 편이다. 영상에는 1926년 10월 3일 15세였던 최승희가 이시이바쿠무용단의 일원으로 이시이 에이코, 이시이 요시코와 함께 3인무 ‘그로테스크’를 공연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무용계에선 이 영상을 현존하는 최승희 무용영상 중 가장 오래된 기록물로 보고 있다. 동시녹음이 안 돼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로테스크’를 소개하는 자막을 보면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음악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상은 최승희가 1926년 3월 21일 일본 근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의 공연을 접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 뒤 7개월 만에 무용단 주요 댄서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도쿄 미쓰코시백화점 옥상에서 열린 ‘파테 베비 촬영회’에서의 공연을 시미즈 신이치(1889∼1986)가 촬영한 것이다. 현재 시즈오카현 시마다 시립도서관의 ‘시미즈 문고’에 소장돼 있다.
영상 공개에 앞서 남도현 문화평론가와 윤지현 연낙재 연구위원,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영상과 관련해 세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 영상이 독일의 표현주의가 아시아로 넘어와 어떻게 재해석됐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고, 영상을 발견한 성 교수는 “최승희의 무용인생 초기를 연구하는 데 긴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가장 오래된 최승희 무용영상 ‘그로테스크’ 공개
입력 2015-01-23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