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지불? 구출 작전?… 난감한 日

입력 2015-01-23 03:34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억류된 일본인 2명을 구출하기 위해 요르단 수도 암만에 급파된 나카야마 야스히데 외무성 부대신(왼쪽) 등 일본 관리들이 21일(현지시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오른쪽)과 면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몸값을 주지 않으면 일본인 2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이슬람국가(IS)’ 측이 제시한 협상 시한(23일 오후 2시50분)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인질을 구해낼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질들이 시리아 북부 라카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출 작전을 펴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IS에 억류된 사업가 유카와 하루나(42)와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47)가 라카 인근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리아 반체제 인사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반체제 세력 ‘이슬람전선’ 조직원은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IS는 보통 포로나 인질을 붙잡으면 적대 세력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실효적 지배를 확립한 라카로 이송한다”며 “풀려난 인질에 따르면 처형된 서방 언론인들도 라카 인근에 있었다”고 말했다.

라카는 IS의 본거지로, 중무장한 IS 대원들이 많아 서방의 특수부대가 침투하기 어려운 곳이다. 앞서 미군은 지난해 여름 라카 인근에서 헬리콥터로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구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특히 IS에 10여개월간 억류됐다 풀려난 프랑스인 기자가 “12회 이상 억류 장소를 바꿨다”고 증언한 바 있어 구출작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인질들의 위치는커녕 안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질들의 안전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IS 측에서 접촉 시도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없다”고 답했다. 일본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지역 부족과 이슬람 수니파 주민 등도 IS에 가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 영향력을 가진 부족 간부, 이슬람 지도자 등을 통해 IS와 접촉하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IS로부터 인질 구출 경험이 있는 터키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슬람 전문가인 나카타 고 전 도시샤대학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IS를 향해 “72시간은 너무 짧으니 조금만 더 늘려 달라”며 “대화 여지가 있다면 내가 직접 가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질 석방 대가로 요구하는 2억 달러(2170억원)를 직접 전달하는 대신 아랍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IS의 요구대로 몸값을 주고 인질을 빼내오기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등 ‘적극적 평화주의’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해오던 차에 자칫 테러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미 국무부 당국자가 일본 정부에 몸값을 내고 인질을 데려와선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몸값 지불은 테러 조직 확대로 이어진다”며 “일본은 테러와 협상하지 않는 미국의 오랜 방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펄롱 영국 국방장관 또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을 만나 “어떤 행동이 무슨 결과를 낳을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강경 대처하지 않으면 분명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