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천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두정엽(頭頂葉·마루엽)의 천재다. 그는 입체 공간적, 과학적 사고 기능을 하는 뇌가 보통사람보다 15% 이상 크고 잘 발달한 세기의 과학자로 1921년 노벨상을 받았다. 3세 때 처음 말문을 연 아인슈타인이 만약 한국에 태어나 조기 교육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이 미래가 달라지는 엄마표 뇌교육
‘나이보다 젊어지는 행복한 뇌’(비타북스)와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는 엄마표 뇌교육’(동아M&B)이라는 책을 펴낸 서유헌(67·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한국뇌연구원(KBRI) 원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뇌 발달 시기에 알맞은 뇌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기교육, 선행교육을 시키면 인간의 뇌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19일 대구 동구 첨단로 한국뇌연구원에서 뇌과학의 권위자인 서 원장을 만났다. 지난달 4일 완공된 연구원 건물은 사람의 뇌 구조를 닮았다. 서 원장은 좌뇌에 해당하는 건물 2층 원장실에서 뇌 모형을 들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서 원장은 먼저 아이들이 감정과 본능 충족이 없어도 공부만으로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의 태도에 2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다 먼저, 더 일찍 교육(선행)하고 많이 할수록(양적) 잘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공교육과 사교육은 결국 각종 청소년 비행과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등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고 했다.
3∼6세는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되는 시기임으로 단순 반복이나 선행교육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인간성과 도덕성 교육에 치중, 동기 부여와 주의 집중력을 강화시켜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6∼12세는 측두엽(언어의 뇌) 두정엽(과학의 뇌)이 발달하는 시기로 국어와 영어 교육, 실험을 통한 원리 및 창의적 과학교육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12∼15세는 후두엽(시각피질)이 발달하는 시기로 자기 정체성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감성 발달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라고 했다. 기본적인 뇌 발달 후 적성과 소질을 나타내는 교육이 필요한 때는 15세 이후다. 인지적 성숙과 유연성, 다양한 사고가 이루어지는 때라 뇌를 혹사시키는 교육을 하면 결국 자식의 뇌가 망가진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치매 없이 젊게 사는 뇌 건강 습관을 어릴 때부터 들이면 사람은 100세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체 기관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지만 뇌는 훈련에 따라 성장할 수 있다는 소리다.
“중년의 뇌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풀고, 무분별하고 불규칙한 생활·식습관으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랩니다. 그 결과 우울증, 뇌졸중, 치매 등 여러 가지 뇌질환을 키우고 있는 것이지요. 그중 치매는 중년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으로, 100세 시대의 재앙이라는 말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치매예방 십계명
서 원장은 2013년 한국의 치매 환자는 57만6000명(보건복지부)이며, 2024년에는 환자가 100만명에 도달해 암 환자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41년에는 치매 환자가 2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이 되면 치매 유병률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10%, 75세 이상 20%, 85세 이상은 절반가량이 치매를 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부부가 85세까지 산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서 원장은 치매예방법으로 10가지를 들었다. 앞의 7가지는 많이 하고(7多) 뒤의 3가지는 하지 않는 (3不)것이 좋다고 했다. 첫째는 역시 머리를 쓰라는 것이다. 성경을 읽고 암송하기, 각종 게임 즐기기, 새로운 것을 배우기 등이다.
둘째는 끊임없이 운동(Physical activity)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부지런한 자가 무병장수한다는 얘기다. “옛말에 양반보다 머슴이 오래 건강하게 산다고 했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걷고, 춤추고 노래하며, 집안일, 온 동네일을 도맡아 했지요.”
셋째,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이다. 홀로 지내지 말고 집안, 사회에 적극 참여해 봉사활동하고 일하라는 이야기다.
넷째는 균형 있는 영양섭취와 수면은 뇌건강과 치매예방의 기본이다.
다섯째는 오감 훈련을 하고 음식을 많이 씹기다. 청각 촉각 시각 미각 후각 훈련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라는 것. 특히 식사할 때 30번 이상 씹으면 기억중추인 해마로 혈류가 많이 가서 기억력이 증가한다. 치아가 빠지면 잘 씹지 못해 치매가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여섯째는 긍정·적극·낙관적으로 사고하기다. 뇌 회로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고 해마가 활성화돼 기억이 좋아지고, 동기의 뇌가 활성화돼 일의 성취도가 올라 치매가 예방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좌·우뇌를 같이 많이 사용하면 좋다. 왼손도 자주 쓰는 게 좋다. 또 논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감정도 발달시키면 두뇌가 발달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나머지는 3불(不). 스트레스를 이완시켜 뇌 혹사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극 없이 조용히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특히 주위로부터의 격리, 일로부터의 격리, 움직이지 않고 대접받으려는 자세가 뇌 신경세포의 원활한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치매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아홉째는 뇌 손상을 피해야 한다는 것. 유명한 권투선수 무함마드 알리, 로빈슨, 레슬러 김일 등 두뇌손상이 많았던 선수들은 상당부분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거나 이들 병 때문에 사망했다. 겨울에 빙판길을 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치는 충격에 몇 초 의식을 잃게 되면 치매 발병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 원장은 음주와 흡연 등 고질적인 생활·습관병과 이별할 것을 권했다. 알코올은 뇌신경세포를 마취시켜 사멸을 촉진시키는 약물이기 때문에 치매위험인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령기에 과음은 치명적이란다. 흡연은 뇌혈관 질환을 증가시켜 뇌졸중과 혈관성 치매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도 증가시킨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산돌교회(김강식 목사) 집사인 서 원장은 치매는 한 번 걸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예방은 가능하단다. 그는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니라”(잠 22:6)는 말씀을 예로 들며 어린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청소년의 기억력을 고양시켜주고 중년기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기능식품 ‘브레인300’을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뇌와 치매연구 전문가 서 원장이 밝힌 가장 좋은 치매예방법은 구약과 신약이다. 성경을 주야로 읽고 외워서 마음과 뇌 속에 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율법 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 데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라 네가 형통하리라.”(수 1:8)
대구=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얼굴]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원장 “‘치매’ 성경 읽으며 예방하세요”
입력 2015-01-24 02:13